문화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덜덜불, 건달불을 아시나요? - 서초 전기박물관

작성 2018.04.05 09:23 ㅣ 수정 2018.04.0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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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나 꺼지고 켜지기를 멋대로 하고 또 촉광이 약했다 강하길 무상하게 하여 백수건달같다 하여 건달불이란 악명을 얻더니 덕수궁 전기소의 전등은 덜덜불이라는 악명을 얻고 있다”(이규태의 600년 서울 中에서,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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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박물관은 한전아트센터 내에 위치하고 있어 찾아가기가 편하다


1887년. 그 때도 지금과 같은 4월이다. 왕의 침전으로 사용되던 경북궁의 건청궁(乾淸宮)에 100촉짜리 전구 두 개가 불을 밝힌다. 아주까리기름으로 불을 밝히던 당시로서는 귀신이 곡을 해도 천 번을 더 해야 할 정도로 신기한 일이었다.

미국의 에디슨 전등시스템에서 제작한 당시의 전등설비는 향원정 연못의 물을 끌어 올려 증기로 발전하는 방식이었다. 16촉광의 백열등 750개를 점등할 수 있다는, 당시 가격 2만 4500달러짜리 아시아 최고 수준의 이 발전기는 그만 사고를 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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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력에서 운영하는 전기박물관은 전체적으로 소장품 전시 목록들이 훌륭하다


향원정 연못의 물을 끓여 증기를 내뱉고 난 뒤 다시 뜨거운 물이 연못으로 흘러 들어가자 비단잉어를 비롯하여 각종 진귀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나라가 망할 징조라 하여 ‘증어망국(蒸漁亡國)’이라는 비난이 세간에 일게 된다. 여기에 더해 발전기의 전력배분이 잘 되지 않아 불이 꺼졌다 켜졌다를 수없이 반복하다보니 ‘건달불’이라는 별칭도 얻게 된다.

또한 1900년에 설치한 덕수궁의 전깃불도 만만치는 않았다. 일본 나가사키의 홈링거 상회가 설치한 전기발전기의 소리가 어찌나 크고 덜덜거렸는지 덕수궁 전깃불을 ‘덜덜불’이라 불렀고, 정동골목 일대를 ‘덜덜골목’이라고 칭했다고 한다. 건달불, 덜덜불의 옛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는 서초동 전기박물관으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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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7년 조선에 처음 전기가 도입된 이래 우리나라 전기의 역사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전기박물관이다


1883년 미국에 선진문물을 배우러 간 ‘보빙사절단’의 유길준(1856-1914)은 뉴욕의 에디슨 전기회사를 보고 난 뒤 마귀의 힘으로 불이 켜진다고 생각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는다. 이후 1887년 경복궁에 처음으로 ‘마귀같은’ 전깃불이 켜진 이래 지금까지 국가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온 우리나라 전기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전기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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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의 귀한 전기 설비 관련 문서들. 대단히 상세하게 잘 설명되어 있다


현재 한국전력에서 운영하고 있는 전기박물관은 생각보다 전시물의 구성 및 내용이 대단히 알차다. 박물관 초입에는 전기의 탄생과 에너지 발전에 관련된 기록이 잘 정리되어 있다. 이를 지나면 주요 과학자의 업적과 발명품, 그리고 우리나라 초기 전기 발전설비와 최초의 대중교통인 전차도 소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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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교과서에 나올 법한 전기설비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곳에는 틴호일, 전신기, 에디슨 효과, 유도 전등기 및 에디슨 시대의 전등 및 전축, 축음기 등 과학 교과서에 사진으로 등재된 원본의 유물들도 확인할 수 있어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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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박물관에는 에디슨이 발명한 여러 물품들을 진품으로 만날 수 있는 행운도 있다


특히 전기박물관에는 현재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전기 설비와 전력의 발생, 전기의 공급 과정등이 일목요연하게 잘 설명되어 있어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자녀들을 동반한 가족들의 나들이 공간으로 유익한 공간임에는 틀림없다. 4월의 답답한 봄하늘이 보인다면, 실내에 위치한 전기박물관 나들이도 괜찮을 듯하다.

<전기박물관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어린자녀들에게 과학의 소중함을 일깨울 수 있는 기회. 가성비가 괜찮은.

2. 누구와 함께?

-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을 둔 가족단위, 공대에 입학한 새내기들

3. 가는 방법은?

- 양재역 1번 출구로 나와서 남부터미널 방향으로 200m 내려옴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하나은행 건물 사이길 150m 직진 / 좌측 한전아트센터 도착

4. 감탄하는 점은?

- 에디슨 시대의 진품 유물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주말을 제외하고는 늘 한산


6. 꼭 봐야할 유물은?

- 에디슨 시대의 전축들

7. 주의할 점은?

- 꼼꼼하게 다 둘러보려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넉넉히 시간을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home.kepco.co.kr/kepco/PR/F/htmlView/PRFAHP001.do?menuCd=FN060501

9. 관람 정보는?

- 운영시간 : 10:00 ~ 18:00 / 매주 월요일, 설·추석 연휴 / 무료 / 관람객에 한해 2시간 무료주차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이 용이하다. 한국전력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이다 보니 나름 소장품들은 알찬 편이다. 입구 안내 직원들이 공공박물관에 맞도록 관람객들에게 좀 더 친절하고 좀 더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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