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평범한 마을이 마치 좀비처럼 움직이는 라쿤의 습격으로 때 아닌 소동을 겪고 있다고 라이브사이언스, WKBN 등 현지 언론이 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오하이오 영스타운 경찰은 보통 동물들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움직임을 보이는 라쿤을 목격했다는 제보 전화를 지속적으로 받았다.
현지 주민인 로버트 코기쉘의 증언에 따르면 딸과 함께 실외에 있던 그가 발견한 라쿤은 네 다리가 아닌 뒷다리 2개로만 서 있었고, 매우 날카롭고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며 사람을 공격할 듯한 태세였다. 놀란 로버트와 그의 딸은 혼비백산한 채로 집으로 도망쳐야 했다.
코기쉘은 “단 한 번도 라쿤이 두 다리로 꼿꼿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면서 “두 다리로 서거나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 거리는 모습이 마치 좀비 같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좀비 라쿤’의 습격에 놀란 주민들의 신고에 당국이 조사를 나섰다. 오하이오 자연자원부 측은 라쿤에게서 광견병이 나타난 전례는 없으며, 디스템퍼(distemper)로 불리는 전염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디스템퍼는 개나 너구리같은 갯과 동물과 고양이 등의 동물이 잘 걸리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여우와 늑대, 코요테, 스컹크 등의 동물들에게서도 나타나며 치사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바이러스는 주로 호흡기관과 소화기계통, 신경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최초 증상은 눈 등 신체기관에서 고름과 같은 분비물이 흘러나오며 식욕이 감퇴하고 구토를 하는 등의 증상으로 이어진다.
시간이 지나면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면서 턱 등을 포함한 몸 전체에서 근육 경련이 발생하고, 머리가 한쪽으로 꺾이거나 계속 돌리는 등 마치 좀비와 같은 행동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디스템퍼 바이러스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좀비 라쿤’과의 접촉을 피하는 한편,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경우 반드시 디스템퍼 백신 주사를 맞히는 것이 좋다고 권장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