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순이(順伊) 아즈망, 어떵 살아 점쑤꽈? - 제주 4·3 평화 공원

작성 2018.05.10 09:41 ㅣ 수정 2018.05.1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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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4·3 평화 공원은 2008년 3월 2일에 개관하여 현재까지 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순이아지망은 죽어도 발쎄 죽을 사람이여. 밭을 에워싸고 베락같이 총질해댔는디 그 아지망만 살 한점 안 상하고 살아났으니 참 신통한 일이랐쥬.”<순이 삼촌, 현기영, 1978, 창작과 비평 가을호&g

제주에서는 지금도 부모 세대의 친척을 통틀어 성별이나 촌수에 관계없이 그냥 ‘삼촌’이라는 말 한마디로 칭한다. 1978년에 발표된 현기영의 <순이 삼촌>(順伊三寸)은 1949년 1월 16일 제주도 북제주군 조천면 북촌리에서 일어난 양민학살을 고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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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4·3 사건 당시 작전을 펼쳤던 토벌대가 사격한 흔적이 남아 있는 망주석


소설의 내용은 제주 4·3 사건 당시 무차별 학살의 현장 속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순이삼촌이 결국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그때 죽은 자신의 오누이 자식이 묻혀 있는 옴팡밭을 찾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비극적인 내용이다.

실제 이 작품은 제주 4·3 사건을 본격적으로 다룬 소설로 작가는 출판 이후 숱한 고초를 겪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을 계기로 4·3 사건은 우리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게 되었다.

바로 제주 4·3 사건으로 인한 민간인 학살과 제주도민의 처절한 삶의 기억하고 추념하며, 화해와 상생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공간이 있다. 제주 4·3 평화공원으로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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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4·3 사건은 단지 이념의 대립만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제주도 내에서의 사회 혼란도 주요 원인이 되었다


제주 4·3 사건은 미군정기에 발생하여 대한민국 건국 이후에 이르기까지 7년 여에 걸쳐 지속된, 한국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인명피해가 극심했던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는 경찰과 서북청년단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위한 5·10 총선을 저지하기 위해 제주도 내 24개 경찰지서 가운데 12개 지서를 일제히 급습하면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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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진압군이 사용하던 칼빈 총 및 구구총이 전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뒤안길에는 제주도내 미군정으로 인한 사회혼란, 친일 인사들의 재등장, 서북청년단의 무자비한 폭력행위에 대한 제주도민들의 반감 등이 어우러져 있는 상태였기에 이때 촉발된 좌, 우익의 대립은 들불처럼 제주 전역으로 번져간다.

결국 제주 4·3 사건은 한국 전쟁이 끝나고 난 뒤인 1954년 9월 21일까지 오랜기간 지속되었다. 현재 공식 집계된 당시 사망자만 14.032명에 달하는 데, 이중 진압군에 의한 민간인 희생자는 10,955명으로 ‘순이 삼촌’과 같은 억울하게 죽은 양민들의 한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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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랑쉬 굴을 재현한 곳이다. 1948년 12월 18일 토벌대는 밖에서 불을 피워 피난민들을 질식사시켰다


바로 이런 억울한 죽음을 어루만지며 진상규명을 통해 명예회복의 화해와 상생의 해결과정을 밟기 위해 만든 제주 4·3 평화 공원은 2008년 3월 28일에 개관하였다. 부지면적만으로도 219.031m² 이를 정도의 큰 공원으로 현재 기념관을 비롯하여 위령탑, 추모승화광장, 위패봉안소, 행불인표석, 유해 봉안관, 4·3 평화교육센터 등이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중 공원의 가장 중심 건물인 제주 4·3 평화기념관은 총 5관의 특별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 1관은 제주 4·3 사건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나타내고 있으며, 제 2관은 제주 4·3 사건 당시의 미군정 상태의 제주 상황을 알려주고 있다. 제 3관은 제주 4·3 사건이 촉발된 기간의 자료를 보존하고 있으며, 제 4관은 초토화 작전과 민간이 대량 학살을 다루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 5관은 제주 4·3 사건의 상처와 회복과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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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4·3 평화 공원 내에 위치한 기념관은 해방 이후 극심한 혼란 상태의 제주도의 기록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해방 이후부터 한국전쟁 시기까지 좌, 우의 대립 속에서 극심한 혼란 상황을 겪 제주도민의 치열한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제주 4·3 평화 공원에서의 관람체험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한국 현대사의 민낯을 고스란히 만나게 해 주는 기회를 제공한다.

<제주 4·3 평화 공원에 대한 방문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제주도를 방문한다면 꼭 권유하고픈 곳이다. 한국 현대사의 맨얼굴이 그대로 드러난다.

2. 누구와 함께?

- 누구라도 상관없다. 가족들과 함께라면 더더욱.

3. 가는 방법은?

- 제주시 명림로 430(봉개동) / 공항에서 343번, 344번 버스

4. 기억에 남는 점은?

- 한국 전쟁 이후 만 명이상이 희생된 비극의 역사가 제주에 있었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생각보다 관람객들이 많지 않다. 넓은 공원이어서 휴식을 취하기에도 적절하다.

6. 꼭 봐야할 공간은?

- 제주 4·3 평화기념관, 위령탑, 모녀상

7. 관람 예상 소요시간은?

- 공원을 다 둘러보려면 최소 2시간 이상이 소요. 생각보다 넓다.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www.jeju43peace.or.kr/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제주 돌문화공원, 노루생태관찰원, 제주절물자연휴양림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제주 4·3 사건은 우리 역사가 외면하기에는 너무 큰 상처다. 이름난 전쟁 영웅의 죽음보다는 만여 명에 이르는 양민들의 죽음에도 눈길을 돌려야 할 때가 온 듯하다. 제주에 온다면 제일 먼저 방문하면 좋을 듯 하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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