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뮐쌔 - 종묘(宗廟)

작성 2018.09.06 09:27 ㅣ 수정 2018.09.0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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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묘는 조선의 상징이다. 조선의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가 모셔진 곳이다


“왜적 대장 평수가(平秀家)는 무리를 이끌고 종묘(宗廟)로 들어갔는데 밤마다 신병(神兵)이 나타나 공격하는 바람에 적들은 경동(驚動)하여 서로 칼로 치다가 시력을 잃은 자가 많았고 죽은 자도 많았었다.” <선조실록 26권, 국편영인본 21책 486면>

1592년 음력 4월30일 새벽, 선조는 서울을 급히 빠져 나간다. 4월 14일에 발발한 임진왜란으로 인해 불과 열흘 만에 한성이 함락될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이에 임금은 백성의 원성은 뒤로 한 채 급히 몸을 개성으로 옮긴다. 이 때 임금보다도 먼저 서울을 빠져나간 것이 바로 종묘와 사직에 있던 신주와 위판이었다. 조선에서 임금이라는 자리는 말 그대로 ‘종묘와 사직을 보전’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조선의 상징이자 유교의 심장인 종묘(宗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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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묘에는 이렇듯 세 갈래 길이 나있는데 중앙의 길이 혼령이 다니는 신로여서 임금도 밟지 못하는 길이다


종묘(宗廟)를 둘러보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다. 경복궁이나 창덕궁, 덕수궁 등지를 휘적휘적 카메라 셔터 누르며 지나치는 발걸음과는 사뭇 다른 곳이 종묘다. 종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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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임금에게 가장 큰 행사는 종묘에서 지내는 제사여서 재궁에서 목욕재계를 한 뒤 제사를 지낸다


유교에서는 인간이 죽으면 마음인 혼(魂)은 하늘로 올라가고, 몸인 백(魄)은 흙으로 돌아간다고 믿는다. 이를 ‘신혼체백(神魂體魄)’이라 하는데, 신혼은 사당으로 모시고 체백은 능이나 묘로 모셔진다. 여기서 조상의 마음, 즉 몸을 떠난 혼령이 머무는 장소가 바로 사당에 있는 나무로 만든 신주(神主)다. 흔히들 ‘신주단지 모시듯 한다.’라는 말은 여기서 나온 것이다. 종묘는 바로 조선의 왕과 왕비들의 혼령, 즉 신주가 모셔진 사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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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녕전은 정전의 신실이 부족하자 정전에 모시고 있던 신주를 다른 곳에 옮겨 모시기 위해 새로 지은 별묘다


지금의 종묘(宗廟)는 1395년 9월 조선의 태조가 한양을 새 나라의 도읍으로 정한 후에 지었다. ‘궁궐의 왼쪽에 종묘를, 오른쪽에 사직단을 두어야 한다.’는 주례에 따라 경복궁의 왼쪽에 자리를 잡았고 지금의 종묘는 임진왜란으로 소실되어 1608년에 중건한 것이다.

현재 종묘에서 가장 중심 건물은 정전과 영녕전으로, 예전에는 지금의 정전을 종묘라 하였으나 현재는 정전과 영녕전을 모두 합쳐 종묘라 부른다. 정전은 왕과 왕비의 승하 후 궁궐에서 삼년상을 치른 다음 그 신주를 옮겨와 모시는 건물로, 종묘에서는 가장 중심이 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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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무조건 말에서 내려 걸어야한다는 명령이 적혀진 하마비. 현재 하마비는 1663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 정전 신실 19칸에는 태조를 비롯한 왕과 왕비의 신주 49위를, 영녕전의 신실 16칸에는 34위의 신주를 모셨다. 여기서 특이한 것은 왕위에서 쫓겨난 연산군과 광해군의 신주는 종묘에 모시지 않았지만, 왕위에서 쫓겨났다가 숙종 때 명예를 회복한 단종의 신주는 영녕전에 모셔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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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묘의 경우 토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날은 시간제 관람을 하기 때문에 해설사와 함께 둘러보아야 한다


원래 종묘는 풍수지리에 의거하여 응봉자락을 따라 흐르는 산줄기의 지맥이 창덕궁과 창경궁을 거쳐 흘러 들어온 길지(吉地)에 자리 잡게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의 종묘와 창경궁 사이에는 도로가 동서 방향으로 나있는데 이는 일제강점기때 광화문에서 이화동으로 통하는 도로(현재의 율곡로)를 내어 종묘로 들어오는 지맥을 끊었다고 한다. 현재 다행스럽게도 율곡로를 덮고 창경궁과 종묘를 잇는 복원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허물어진 듯한, 별스러운 장소인 종묘(宗廟). 우리는 이곳에서 낡아버린 조선 왕실의 옛 시간을 느낄 수가 있지 않을까?

<종묘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장소야?

-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서 가볼만한 곳이다.

2. 누구와 함께?

-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가족.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

3. 위치는?

- 지하철 종로3가역 (1호선)11번 출구, (3호선)8번 출구, (5호선)8번 출구 도보 5분

4. 꼭 봐야하는 곳은?

- 정전, 영녕전, 신로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지만 의외로 관람객들은 많지 않은 편.

6. 여행의 의미는?

- 역사서에 늘 나오는 ‘종묘와 사직을’에서 진짜 종묘를 만날 수 있다.

7. 주의할 점은?

- 종묘에 대한 공부를 먼저 하고 가기를. 혹은 반드시 해설사와 함께 투어를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s://jm.cha.go.kr/agapp/main/index.do?siteCd=JM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세운상가, 창경궁, 창덕궁, 인사동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서울 시내 역사적인 장소로서는 으뜸인 의미가 있다. 조선을 이해하는 데 가장 핵심인 종묘 방문은 적극 추천! 토요일 자유관람. 화요일 휴무, 나머지날은 시간제 관람이어서 종묘 홈페이지를 참조.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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