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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스마트폰의 신기한 재활용…불법 벌목 감청한다

작성 2019.12.31 13:42 ㅣ 수정 2019.12.3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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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고 스마트폰의 신기한 재활용…불법 벌목 감청한다
열대우림의 불법 벌목을 막기 위해 미국의 한 비영리조직이 중고 스마트폰을 사용한 감시 장치를 만든 뒤 세계 각 지역에 설치해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CNN 등 외신이 최근 보도했다.

‘레인포레스트 커넥션’(RFCx·Rainforest Connection)이라는 이 조직의 설립자 토퍼 화이트는 지난 2011년 여름, 인도네시아에 있는 긴팔원숭이 보호구역에 갔을 때 열대우림의 다양한 소리에 매료됐었다. 당시 그에게는 새들의 지저귐과 곤충들의 날갯소리 그리고 원숭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렸고 숲에서 나무를 베어내는 등 야생 동물들의 서식지를 위협하는 전기톱 소리가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서 그가 생각해낸 것이 바로 벌목 현장의 소리를 조기에 포착해 현지 보호구역 관리자들에게 곧바로 알리는 장치였다. 이는 중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에 넣고 여분의 마이크와 배터리 팩, 태양광 패널을 장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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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와 동료들은 1년 뒤 자신들의 개발한 이 장치를 갖고 인도네시아를 다시 방문했다. 실제로 숲속에서 시험해보니 감시 장치는 제대로 작동하고 이틀이 지나기 전 불법 벌목꾼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기계로 된 꽃 같은 형태의 이 장치를 나무 밑동에서 최대 45m나 떨어진 나무 위쪽으로 매달면 최대 1.6㎞의 범위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24시간 내내 녹음한다. 밀림 안쪽에서도 연결되는 기존 휴대 전화망을 사용해 이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전송한다.


클라우드 상에서 여러 인공지능(AI)을 사용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전기톱이나 목재 반출용 트럭 소리, 또는 총소리 등을 검출해 즉시 현지로 전화를 통해 알린다. 연락을 받은 보호지역 관리자들은 소리가 감지된 장소로 출동해 불법 활동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 벌목 단속에는 지금까지 항공기나 인공위성이 사용돼 경고가 현지에 도착하기까지 며칠에서 몇 주가 걸리기도 했다. 반면 이 장치를 사용하면 시간은 물론 비용까지도 절약할 수 있다.

RFCx가 만든 장치는 현재 페루와 브라질 그리고 카메룬 등 5개국에 있는 열대우림의 150여곳에 배치돼 있다. 다만 숲의 자연환경이 감시를 방해하기도 한다. 페루에서 설치한 장치는 플라스틱을 마구 먹이는 흰개미에 의해 파손되고 말았다.

산림에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 화이트 설립자에 따르면 1㎢의 삼림을 벌목에서 지켜 줄인 온실가스양은 연간 차량 1000대를 도로에서 없앤 경우의 감소량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그는 “기후 변화를 막는 가장 저렴한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불법 벌목으로 돈을 벌려는 업자는 끊이지 않고 있다. 현지인들이 현장으로 출동하는 행동에는 폭력 위험이 따른다. 벌목 작업이 본격화된 단계에서 막으려면 위험이 더 커지므로 초기 단계에 출동해 막을 필요가 있다.

한편 RFCx는 불법 벌목 감시 외에도 자연의 소리에서 다양한 동물의 생태 등을 찾아 환경 보호에 도움을 주는 ‘생물 음향학’ 연구에도 힘쓰고 있다.

사진=RFCx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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