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반

싱가포르서 운전대 잡고 홀로 오열한 이주노동 버스기사의 사연

작성 2020.05.25 16:53 ㅣ 수정 2020.05.2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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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3일(현지시간) 싱가포르 클레멘티 1가에 덩그러니 서 있던 189번 버스 안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따라 다가간 남성 3명은 운전대를 잡고 슬피 우는 운전기사를 발견했다./사진=페이스북
타국에서 남편의 부고를 접하고 오열하던 이주노동자에게 행인들이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싱가포르 클레멘티 1가에 덩그러니 서 있던 189번 버스 안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따라 다가간 남성 3명은 운전대를 잡고 슬피 우는 운전기사를 발견했다.

승객 없는 버스 안에서 홀로 오열하던 여성 운전기사는 남편이 죽었다며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싱가포르 MS뉴스는 말레이시아에서 온 이주노동자인 여성 버스운전기사가 고국에 있던 남편이 죽었다는 비보를 듣고 더는 운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행인들은 운전기사를 위로하며 대안을 논의했다. 후속 버스가 뒤따라오긴 했지만, 운행 시간을 맞춰야 해 어쩔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운전기사가 버스회사에 자초지종을 설명하도록 도운 행인들은 물과 휴지를 사다 건네며 끝까지 옆을 지켰다.

대체 기사가 도착한 후 남편을 잃은 운전기사는 버스를 몰고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2주간의 검역 및 격리 조치 때문에 남편의 장례는 못 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회사 측은 일단 남편의 임종을 지키지 못해 애달파하는 운전기사에게 별도의 공간을 제공하는 등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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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언론은 이 여성의 사례가 코로나19로 발이 묶인 이주노동자의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안타까워했다. 코로나19로 대량 실직한 이주노동자가 많은 상황에서 일자리를 지킨 것만으로도 다행인 일이지만, 코로나19로 출입국이 여의치 않은 점은 슬픈 일이라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이주노동자의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은 점도 조명했다. 24일 548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싱가포르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3만1616명으로 늘었다. 이 중 2만7106명은 이주노동자로 전체 누적 확진자의 90% 수준이다.

해외언론은 열악한 단체 주거형태가 이주노동자의 감염률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통계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이주노동자 140만 명 중 32만여 명이 43곳의 기숙사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CNN은 이주노동자가 각 기숙사 방마다 10명~20명이 단체 생활을 하며 화장실과 샤워 시설, 식당을 공유하고 있어 감염 위험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달 14일 모든 이주노동자 기숙사를 격리하고 몇몇 기숙사를 폐쇄했지만 아직 기숙사에 남아있는 인원도 많아 확진자는 계속 늘 전망이다. 싱가포르 복지부는 높은 감염위험에 처한 수만 명의 이주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 몇 주간 매일 감염 검사를 독려할 방침이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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