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 저널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는 지난 3~4월 미국에서 주요 암 6종(유방, 대장/직장, 폐, 위, 식도, 췌장)의 진단 건수가 전년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는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최대의 진단 검사 전문 업체인 퀘스트 다이아그노틱스(Quest Diagnostics)에 따르면 3월 첫 번째 주 진단된 새로운 암은 4310건이었으나 두 번째 주부터 크게 줄어 3~4월 남은 기간에는 평균 2310건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작년 비슷한 시기의 절반 수준이다. 갑자기 암 환자가 줄어들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진단이 늦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해석이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암 진단 건수가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는 단지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네덜란드에서도 최대 40%, 영국에서도 최대 75%의 암 진단 건수 감소가 보고된 바 있으며 상대적으로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우리나라에서도 암 진단 건수 감소가 보고됐다. 대림성모병원에 따르면 2020년 3월에서 5월 사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신규 5대 암(위암, 대장암, 자궁경부암, 간암, 유방암) 환자 수는 20%가 넘게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의료 기관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은 상황에서도 환자들이 우려해 검사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암 진단이 늦어지면 결국 치료가 지연되면서 치료가 힘들어지거나 최악의 경우 완치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위내시경 검사를 늦출 경우 조기 위암을 놓쳐 진행성 위암이 될 수 있으며 더 최악의 경우 말기 위암 상태에서 진단되어 완치가 불가능한 상태가 될 수 있다. 상당히 많은 전문가가 1~2년 후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된 암 환자로 인해 암 사망률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실 코로나19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의료 붕괴 상태에 빠지면 암 이외에 다른 중증 질환도 진단과 치료가 어려운 상황에 빠져 전체 사망률이 많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 이를 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철저한 생활 방역과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한 코로나 19 확산 방지뿐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