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반

축구잘하던 아이가 공습으로…친구 무덤 찾은 팔레스타인 소년들

작성 2021.05.20 13:15 ㅣ 수정 2021.05.20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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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 모하마드(10, 가운데)는 “시위 당일 형이 먹을 것을 주고 갔다. 형이 내게 남긴 마지막 말은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아버지 어머니가 혼자 울도록 내버려 두지 말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형도 죽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을 거다. 다치거나 체포될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이 놀고 싸우던 형은 이제 여기 없다. 이스라엘군이 형을 죽였다”고 슬퍼했다.
“무덤을 열면 친구를 다시 볼 수 있을까요?” 팔레스타인 소년은 19일 천진난만한 얼굴로 현지 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소년은 “친구가 아직 살아있을 수도 있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중얼거렸다. 다른 소년은 “부나트가 정말 이 무덤 안에 있느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슬람 와엘 부나트(16)는 18일 요르단강 서안지구 라말라에서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과 팔레스타인인 퇴거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 이스라엘군 총에 맞아 사망했다.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군이 맞붙은 이날 시위에서는 부나트를 포함해 팔레스타인인 3명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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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덤을 열면 친구를 다시 볼 수 있을까요?” 팔레스타인 소년은 19일 천진난만한 얼굴로 현지 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소년은 “친구가 아직 살아있을 수도 있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중얼거렸다. 다른 소년은 “부나트가 정말 이 무덤 안에 있느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위에 참가한 압둘라 자이드(14)는 “총알이 빗발쳤다. 겨우 몸을 일으켰는데, 부나트가 일어나지 않았다.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누군가 부나트를 업고 달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부나트는 곧 사망선고를 받았다.

부나트는 여느 또래와 다름없는 평범한 소년이었다. 자이드는 “명랑한 친구였다. 항상 우리를 웃기고 즐겁게 해주었다. 우리는 부나트가 누군가를 다치게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걸 기억한다”고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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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이스라엘군이 충돌한 18일 부나트와 다른 20세 청년을 포함해 팔레스타인인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진은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이스라엘군에 돌멩이로 맞서는 모습./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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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장례에서 추모객들이 부나트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AP연합뉴스
특히 뛰어난 축구 실력으로 동네를 주름잡았다.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쳐주고 함께 공놀이를 즐기는 골목대장이었다. 죽기 전날 부나트와 축구 시합을 했다는 누르신(11)은 “시위 전날 같이 놀았다. 경기 중에 다툼이 있었고 화가 나 집으로 갔다. 지금은 형을 용서한다. 다시는 형한테 화내지 않을 테니 돌아와 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유가족의 비통함도 이루 말할 수 없다. 부모는 충격으로 말을 잃었다. 부나트의 할머니는 “시위가 시작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손자가 잘못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다정한 아이였다. 손자의 부재를 견뎌낼 수 있을지, 손자가 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가슴이 터질 것 같다”고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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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장례에 참석한 부나트의 아버지(왼쪽)와 동생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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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연합뉴스
동생 모하마드(10)는 “시위 당일 형이 먹을 것을 주고 갔다. 형이 내게 남긴 마지막 말은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아버지 어머니가 혼자 울도록 내버려 두지 말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형도 죽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을 거다. 다치거나 체포될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이 놀고 싸우던 형은 이제 여기 없다. 이스라엘군이 형을 죽였다”고 슬퍼했다.

18일 시위는 같은 날 이스라엘 전역과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벌어진 팔레스타인인들의 대규모 총파업과 궤를 같이한다. 국제법상 팔레스타인 땅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내쫓고 자국민 정착촌을 세우는 이스라엘에 대한 항의 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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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흘 넘게 이어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교전으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227명에 이르렀다. 이 중 64명은 어린이다. 사진은 15일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무너진 가자지구내 12층 건물. 이 건물에는 AP통신과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 등 외신이 입주해 있었다./EPA연합뉴스
팔레스타인인들은 1948년 이스라엘 독립 및 국가건설 선포에 따른 1차 중동전쟁으로 영토의 80%를 빼앗겼다. 이스라엘의 토지 몰수 및 원주민 축출에 따라 팔레스타인 사람 80만 명이 요르단강 서안지구, 가자지구, 이스라엘 외 여러 중동 지역으로 피난했다. 이 같은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장 정책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정착한 이스라엔인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달 초에는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동예루살렘 셰이크자라 지역에 쳐들어가 팔레스타인 축출을 요구했다. 이스라엘군은 이에 맞선 팔레스타인인들을 무력으로 진압했다. 라마단 기간이었던 10일에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성지로 여기는 동예루살렘의 알아크사 모스크를 습격해 최루가스와 섬광탄, 고무탄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 300여 명이 다쳤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즉각 로켓포로 반격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보복성 폭격을 퍼부으면서 양측 갈등은 교전으로 번지게 됐다. 열흘 넘게 이어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교전으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227명에 이르렀다. 이 중 64명은 어린이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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