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보다

[지구를 보다] 댐 터뜨려 러시아軍 막은 마을, 전후 풍경 비교해보니

작성 2022.04.28 14:58 ㅣ 수정 2022.04.2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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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데미디우의 모습. 강제로 댐을 열어 침수 피해를 입었지만, 덕분에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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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 위성사진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공개한 우크라이나 데미디우의 모습. 강제로 댐을 열어 침수 피해를 입었지만, 덕분에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을 수 있었다
러시아 군인들의 진격을 막고 수도를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고의적 홍수’를 선택한 우크라이나 마을 주민들의 현재 모습이 공개됐다.

수도 키이우에서 북쪽으로 40㎞ 떨어진 데미디우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이틀만인 지난 2월 25일(이하 현지시간) 물에 잠겼다. 우크라이나군이 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 설치된 댐의 문을 열어 고의적인 홍수를 유도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드미트로강(江)과 지류인 이르핀강으로 둘러싸인 데미디우는 댐이 열리는 바람에 750가구 중 50가구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마을 곳곳에는 발이 잠길 정도의 물웅덩이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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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 위성사진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공개한 우크라이나 데미디우의 모습. 강제로 댐을 열어 침수 피해를 입었지만, 덕분에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을 수 있었다
댐이 열리면서 오랫동안 마을에서 볼 수 없었던 물길도 생겼다. 댐이 열린 지 하루 뒤인 2월 28일과 3주 뒤의 위성사진을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명확하다.

민간 위성업체인 맥사 테크놀로지가 공개한 사진은 댐이 열리면서 서서히 마을을 잠식한 강물의 모습을 담고 있다. 도로와 논밭 등이 완전히 물에 잠긴 구역도 있다.

데미디우에 발생한 홍수는 러시아 군인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마을 곳곳에 생긴 물웅덩이 탓에 러시아군의 전차와 장갑차들이 진입할 수 없었고, 그 사이 키이우의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에 맞서기 위한 준비 시간을 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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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 위성사진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공개한 우크라이나 데미디우의 모습. 강제로 댐을 열어 침수 피해를 입었지만, 덕분에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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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댐이 망가지면서 배수 작업에 차질이 생겼고, 주민들은 두 달째 수해를 복구하고 있다.

데미디우 주민들은 물에 완전히 잦은 살림살이를 내다 말리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댐을 포기하고 침수 피해를 감수한 덕분에 수도 키이우의 함락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군 역시 데미디우 주민들이 러시아군을 상대로 전략적 승리를 거뒀다고 높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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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의로 홍수를 일으켜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은 우크라이나 데미디우 마을. 지난 22일 현지 소년이 침수 지역을 걷고 있다 출처=뉴욕타임스
데미디우의 한 주민은 뉴욕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댐을 열어 홍수가 났지만) 아주 잠깐이라도 그 선택을 후회하는 주민은 단 한 명도 없다. 우리는 키이우를 구했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홍수는 러시아군의 키이우 진입을 저지했을 뿐만 아니라 데미디우 마을 보호에도 도움을 줬다”면서 “러시아군이 이르핀, 호스토멜, 부차 등 키이우 외곽 마을에 한 달 넘게 머물 동안 수백 명의 주민이 총격으로 사망했지만, 데미디우는 전면전을 피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군은 전력상 열세를 만회하고 수도 키이우를 향한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를 늦추기 위해 다리와 도로 등 자국의 인프라를 일부러 파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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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왼쪽은 우크라이나 해병대 공병인 비탈리 샤쿤 볼로디미로비치. 오른쪽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2월 25일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수도 키이우 인근 고속도로를 방어 중인 우크라이나 군대
침공 하루 뒤인 2월 25일에는 우크라이나 해병대 공병인 비탈리 샤쿤 볼로디미로비치가 다리에 지뢰를 설치하던 중 목숨을 잃기도 했다.

당시 볼로디미로비치는 남부 헤르손주(州) 헤니체스크 다리를 폭파하는 작전에 자원했는데, 지뢰를 설치한 뒤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만한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작전을 꺼리지 않았다. 결국 그는 지뢰를 모두 설치한 뒤 자폭을 선택했다. 덕분에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를 현저히 늦출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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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바스 길목 지키는 우크라군 - 장갑차에 올라탄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18일(현지시간) 러시아군과 대치하는 하르키우주 이지움 지역의 전선 인근에 대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도네츠크주 슬라뱐스크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이지움은 러시아군에 사실상 함락된 것으로 전해졌다. 2022.4.19 이지움 AFP=연합뉴스
한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남부 일부 지역을 사실상 점령했으며, 이들 지역을 강제로 러시아에 병합하는 절차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볼로디미로비치 병사가 희생을 선택한 헤르손 지역 역시 러시아군에게 장악됐다. 크렘린궁은 헤르손인민공화국(KhNR)이라는 이름으로 이 지역을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한 친러시아 자치 세력으로 만들 계획으로 알려졌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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