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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피플+] “도와줄까?” 쪽지에 ‘끄덕’ …학대아동 구한 美 종업원의 작은 관심

작성 2022.06.10 17:58 ㅣ 수정 2022.06.1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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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발로는 재차 ‘도움이 필요하냐’고 쓴 쪽지를 들어 보였다. 그러자 소년은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면서도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어른의 작은 관심이 학대 아동을 지옥에서 구출했다. 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플로리다주 한 식당 종업원이 예리한 관찰력과 기민한 대처로 계부 학대를 받던 소년을 구했다고 현지 검찰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2021년 1월 1일 밤 11시. 신년맞이 외식 손님도 하나둘 자리를 뜬 그 시각,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한 식당에 일가족 4명이 등장했다. 그날의 마지막 손님이었다.

커발로는 최선을 다해 마지막 손님들을 대접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다. 부모와 여동생이 식사를 즐기는 동안 마스크를 쓴 소년은 우두커니 앉아만 있었다. 커발로는 “소년은 음식도 주문하지 않았고, 식탁에 차려진 음식도 입에 대지 않았다. 여동생이 웃고 떠드는 동안 조용히 앉아있기만 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마스크 사이로 눈썹에 난 흉터도 보였다고 그는 말했다.

가족이 있는 테이블로 가 음식은 입에 맞느냐고 물으면서, 종업원의 의심은 확신이 됐다. 커발로는 “부모 중 한 명이 아들은 집에서 저녁을 먹을 거라더라. 우리 식당에서는 어린이용 음식을 거절하지 않는다. 분명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소년 얼굴과 팔에 멍이 들어 있었다. 어떻게든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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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관심으로 학대 아동을 구한 식당 종업원 커발로는 “그날 병가자가 생겨서 휴일도 반납하고 대신 출근했다. 새해 첫날이라 종일 바빴는데, 그 가족이 마지막 손님으로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힘은 들었지만, 소년을 도울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도 엄마다. 소년이 겪은 건 고문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커발로는 ‘괜찮으냐’고 적힌 쪽지를 들고 부모 뒤에 서서 몰래 소년에게 신호를 보냈다. 소년은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지만, 그는 무서워서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거란 사실을 알아챘다. 커발로는 재차 ‘도움이 필요하냐’고 쓴 쪽지를 들어 보였다. 그러자 소년은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면서도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아동학대란 확신이 들자 커발로는 곧장 경찰을 불렀다. 당시 11세였던 소년은 출동한 경찰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계부가 자신을 학대했다고 진술했다.

조사 결과 계부는 양아들을 수시로 굶기고 때리는 등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떤 날은 양아들을 문에 거꾸로 매달았으며, 호텔에 가두거나 수갑을 채워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실제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간 소년의 몸 곳곳에선 시차를 두고 생겼다 아무는 흉터가 발견됐다. 몸무게도 또래보다 10㎏이나 적게 나갔다.

경찰은 현장에서 계부 티머시 리 윌슨(36)을 체포했다. 소년 진술에 따라 며칠 후 친모도 구속했다. 다행히 둘 사이에서 태어난 소년의 4세 이복여동생은 학대당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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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체포된 소년의 계부 티머시 리 윌슨(36)과 친모 크리스틴 스완.
그리고 사건 1년 6개월 만인 지난 6일 오렌지카운티 법원 배심원단은 계부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다. 법원 관계자는 13세 미만 아동 감금, 아동 방임, 아동 학대, 흉기를 이용한 아동 학대 등 10건의 혐의로 기소된 계부에 대해 배심원단이 유죄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수감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계부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8월 열린다. 방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친모도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작은 관심으로 학대 아동을 구한 식당 종업원 커발로는 “그날 병가자가 생겨서 휴일도 반납하고 대신 출근했다. 새해 첫날이라 종일 바빴는데, 그 가족이 마지막 손님으로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힘은 들었지만, 소년을 도울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도 엄마다. 소년이 겪은 건 고문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현지 경찰은 “만약 종업원이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면 그 어린 소년은 아마 더 오래 끔찍한 일을 겪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어쩌면 살인 사건을 수사해야 했을지도 모른다”며 종업원의 대처를 칭찬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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