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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수용소에서 희생된 아이들 ‘신발’ 지키는 사람들 [월드피플+]

작성 2023.05.16 16:20 ㅣ 수정 2023.05.1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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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수용소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의해 살해된 아이의 신발. 아우슈비츠 보존 박물관 측은 당시 희생자 어린이 중 일부의 신발 8000개를 보존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AP 연합뉴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나치의 수용소에 갇혔다가 고통스럽게 죽어간 아이들의 신발을 보존하는 역사적인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폴란드 남부 오슈비엥침에 있었던 독일의 강제수용소이자 집단학살수용소인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수용소(이하 아우슈비츠 수용소) 부지에는 현재 보존 연구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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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우슈비츠 수용소 박물관에 산처럼 쌓인 채 전시되고 있는 희생자들의 수많은 신발 AP연합뉴스
약 80년이 지난 현재, 이곳에는 10만 개가 넘는 희생자들의 시신이 남아있으며 이중 8만 여개는 매일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찾는 방문객들이 볼 수 있도록 산처럼 쌓인 채 전시되고 있다. 많은 신발이 뒤틀리거나 원래 색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지만, 잔혹한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증거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 

AP 통신의 15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박물관 측은 이중에서도 어린아이의 것으로 보이는 신발 8000개를 추려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보존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어린 희생자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가스실에서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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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수용소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의해 살해된 아이의 신발. 아우슈비츠 보존 박물관 측은 당시 희생자 어린이 중 일부의 신발 8000개를 보존하는 시작했다. AP 연합뉴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보존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가스실에서 살해되기 전 신었던 작은 신발에서 녹슨 부분을 제거한 뒤, 부드러운 천으로 신발 겉면에 먼지와 때를 털어낸다. 이후 신발을 스캔하고 사진을 찍어 데이터베이스에 분류한다. 

대부분의 신발은 켤레가 아닌 한 쪽만 남아있다. 신발 끈으로 묶여있는 온전한 한 켤레는 매우 보기 드물다. 

박물관 보존 연구실의 보존 전문가인 미로스와프 마키아스치크는 “아이의 신발을 볼 때마다 가장 가슴이 아프다. 아이의 비극보다 더 큰 비극은 없기 때문”이라면서 “신발은 사람, 특히 아이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물건이다. 신발은 아이가 남긴 흔적이자 때로는 그 아이의 유일한 흔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를 포함한 다른 보존 전문가들이 신발 보존 작업에 집중하면서도, 이 작은 신발 뒤에 숨겨진 인간의 비극을 결코 잊지 않는다. 때때로 그들은 ‘감정’에 휩싸여 잠시 휴식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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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수용소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의해 살해된 아이의 신발. 아우슈비츠 보존 박물관 측은 당시 희생자 어린이 중 일부의 신발 8000개를 보존하는 시작했다. AP 연합뉴스
보존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소장품 담당자 엘즈비에타 카저는 “보존 작업을 하다 보면 수용소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신상 정보가 드러나는데, 특히 여행 가방은 이름과 주소가 적혀 있어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아이들의 신발을 원래 상태로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끝났을 때 발견된 상태와 최대한 가깝게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과거 나치 친위대원들은 강제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을 가스실로 보내기 전 옷을 벗으라고 명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치 친위대원들은 사람들에게는 “샤워실에 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거짓말을 한 뒤 가스실로 데려갔다. 

카저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샤워 후 다시 신발을 신을 수 있길 바라며 이곳에 왔을까. 하지만 신발은 결코 주인에게 돌아가지 못했다”면서 카저는 “신발은 강력한 증거다. 남아있는 것은 극히 일부지만, 거대한 신발더미를 보면 나치가 저지른 범죄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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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수용소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의해 살해된 아이의 신발. 아우슈비츠 보존 박물관 측은 당시 희생자 어린이 중 일부의 신발 8000개를 보존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AP 연합뉴스
이번 프로젝트에는 드는 비용 45만 유로(한화로 약 6억 5500만 원)는 독일이 주요 기부자로 참여 중인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재단과 홀로코스트 생존자 교육단체인 ‘살아있는 자를 위한 행진’ 측이 지원했다. 


프로젝트 팀 측은 “신발을 영원히 보존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앞으로 더 오랫동안 보존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우리의 노력이 (부패) 과정을 늦출 순 있겠지만, 얼마나 보존될 수 있을 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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