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보건부 관계자는 현지 기자들에게 현재까지 1명이 사망하고 80명이 다쳤다며 부상자들 중 15명이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폭발 사고가 난 공장은 ‘자고르스크 광학·기계 공장’(ZOMZ)이라는 곳이다. 모스크바에서 북동쪽으로 50㎞ 떨어진 세르기예프 포사드 마을에 자리 잡고 있으며, 러시아군에 공급하는 보안용 광학 장비도 제조한다.
포사드 마을을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창고에 불꽃놀이용 폭죽이 보관돼 있었으며 광학장비와는 관련이 없지만 이번 폭발은 인근 아파트 창문이 부서질 정도로 강력했다고 발표했다. 안드레이 보로비요프 모스크바 주지사도 이번 폭발로 인해 주변 지역의 약 38개 아파트 단지 뿐 아니라 학교 2곳, 스포츠 시설, 쇼핑몰의 유리창 대부분이 깨졌다고 말했다.
당국은 부상자 전원을 의료시설로 옮기고 공장 인력과 인근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구급차 23대, 지역 의료시설 구급인력 5개팀, 구조용 헬기 등이 폭발 사고 현장에 투입됐다.
●“사고 원인, 드론 공격과 관련 없어”
당국은 폭발 사고가 앞서 모스크바시를 겨냥했던 드론 공격과는 관련이 없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고 발생 전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전투 드론 2대가 도시(모스크바)로 비행하려고 했다”고 밝혔지만 “1대는 모스크바 남부 외곽 도모데도보 지역에서, 나머지 1대는 모스크바 서부 민스크 고속도로 지역에서 러시아 방공망에 의해 격주됐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참사가 불꽃놀이용 폭죽 제조회사인 ‘파이로 로스’에서 일어난 폭발 사고라며, 원인은 아마 폭발물 취급 과정에서 기술적인 실수가 있던 것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명 군사분석가 이안 마트베예프도 드론 등에 의한 테러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체코 소재 러시아어 방송인 커런트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외부 공격 없이 기술적 이유로 발생한 일종의 폭발이라고 생각하지만, 거기에 불꽃놀이용 폭죽만 있던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내 생각에는 포탄, 군용 폭발물 등 다양한 무기로 폭발이 발생했음을 나타내는 몇 가지 징후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대 범죄를 수사하는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이번 사고로 파이로 로스 최고기술책임자가 안전 규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이 책임자에겐 형사 소송이 제기됐는데 유죄 판결이 나오면 최대 징역 7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세르게이 찬카예프 파이로 로스 최고경영자는 이번 폭발은 인근 금속 파이프 창고에서 발생했다며 자신의 창고가 폭발의 진원지라는 당국의 주장을 반박했다.
●“사고 공장,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 개발에 참여”
해당 공장은 러시아 차세대 스텔스 전략폭격기 ‘파슬란니크’ 개발에 참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러시아 독립매체 아겐츠트바는 자국 조달청 공시 자료를 확인하고, 이 공장에서 파슬란니크에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해 왔다고 보도했다. 부품은 레이더 경보 수신기로 알려졌다.
파슬란니크는 2009년부터 러시아 항공방위산업체 투폴레프가 개발을 주도해온 장거리 전략폭격기로, 미국 차세대 전략폭격기 B-21처럼 동체와 날개가 하나로 된 가오리 모양의 전익기(flying wing) 형태를 띠고 있다.
지난 2020년 5월 타스 통신 보도에서 러시아가 미래형장거리항공기콤플렉스(팍다·PAK DA) 개발 프로그램의 하나로 시제기 생산에 착수한 스텔스 전략폭격기가 바로 이 기종이다.
당시 러시아 군수업체 관계자는 “이미 설계 작업은 끝났고 조종석 제작이 이뤄지고 있다”며 “내년에 전체 항공기 조립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항공기 생산은 공기업인 통합항공기제작사(UAC) 자회사 공장이 맡는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구체적 회사명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자회사 투폴레프가 유력하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