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이 경찰은 “강제 키스를 한 여자가 누구인지 신원을 확인하고 접근금지 처분을 내려달라”고 했다. 사법부의 명령으로 수사가 시작되고 여자가 누구인지 밝혀지면 접근금지에 그치지 않고 법에 따라 처벌이 내려질 수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문제의 강제 키스 사건은 2017년 10월 1일 발생했다. 사건을 고소한 경찰은 카탈루냐의 독립에 대한 주민투표를 막기 위해 동료 44명과 함께 주도 바르셀로나의 엔세냔사 지역에 배치됐다. 경찰은 시위대와의 충돌에 대비해 방탄 헬멧과 조끼 등을 착용하고 있었다.
피해자 경찰은 카탈루냐의 독립에 대한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허용하라며 시위를 벌이는 주민들을 막다가 강제 키스를 당했다. 시위에 참가 중이던 한 여자가 경찰을 끌어안더니 기습적으로 입을 맞춘 것. 여자는 경찰과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었다.
경찰은 “영상을 보면 누구나 알 수 있지만 기습적이었고 부적절했으며 동의하지 않은 키스였다”고 말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경찰은 “60세 전후로 보이는 여자로 친분이 없는 것은 물론 (이전에) 얼굴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6년 후에야 뒤늦게 고소를 한 이유에 대해선 증거를 찾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그는 답했다. 그의 변호인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고소를 하면 수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며 “6년간 증거를 찾아 백방으로 뛴 결과 한 외신의 카메라에 강제 키스 상황이 포착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이었다.
변호인은 “비록 6년이 지났지만 공소시효 10년은 만료되지 않았다”며 얼마든지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경찰에게 키스를 거부할 수 없었는지 물었다. 경찰은 이에 대해 “당시 방탄장비를 착용하고 있어 움직임이 다소 부자연스러웠던 데다 만약의 사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목을 껴안고 강제 키스를 하려는 여자를 밀쳐냈다가 불상사가 발생했더라면 시위 현장에서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촉발됐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편 피해자 경찰이 고소장을 낸 이날 스페인 법원은 루이스 루비알레스 전 스페인 축구협회장의 강제 키스 사건에 대한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루비알레스 전 회장은 지난달 여자 월드컵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헤니페르 에르모소 선수에게 강제 키스를 해 논란을 빚었다.
최근엔 마드리드에서 강도사건을 보도하던 여기자가 생방송 중 낯선 남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남자는 여기자의 엉덩이를 툭 치면서 소속을 물었다. 방송국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남자는 체포됐다.
손영식 남미 통신원 voni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