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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싫다면 붙여요…‘스마트 미세침 패치’ 등장 [고든 정의 TECH+]

작성 2024.01.28 09:05 ㅣ 수정 2024.01.2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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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P 패치 / 사진=노스캐롤라이나대
어린 시절 주사 맞기 싫었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이것이 어른이 된 후에도 계속될 수 있습니다. 그깟 주사쯤 한번 따끔하고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당뇨로 인해 매일 여러 차례 주사를 맞아야 하거나 기타 주사제로만 투여하는 약물을 정기적으로 투여해야 하는 환자의 경우 여간 곤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주사기에 약물을 재서 투여하는 과정도 전문적인 기술을 요구해서 어린이나 노인 환자에게는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 바로 미세침 패치(microneedle patch)입니다. 통각을 느끼지 않는 깊이까지 수백 개의 작은 침을 찔러 약물을 주입하는 패치로 피부에 붙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투여가 가능하고 통증도 없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피부 한 곳에 큰 구멍을 만드는 대신 금방 회복되는 미세한 흠집 정도만 내기 때문에 자주 맞더라도 피부에 주는 부담 역시 훨씬 덜 하고 감염이나 출혈 같은 다른 합병증 가능성도 작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의 우빈 바이 교수와 주안 송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주목받는 신기술인 미세침 패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통증 없는 주사기를 넘어 똑똑한 주사기로 만드는 것입니다.

연구팀이 개발한 SOP(Spatiotemporal On-Demand Patch) 스마트 미세침 패치(사진)는 피부에 붙이는 웨어러블 시스템을 이용해서 미세침의 약물 투여 시간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미세침 패치는 기본적으로 작은 침 하나가 약물을 머금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전기적인 신호로 미세침마다 다른 시간에 약물을 투여하게 조절할 수 있으면 필요할 때만 약물을 투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연구팀은 우선 약물을 담고 있는 미세침을 매우 얇은 금으로 코팅했습니다. 이 상태에서는 조직과 미세침이 분리되기 때문에 약물이 투여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약물 투여를 위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서 무선으로 신호를 보내면 웨어러블 시스템의 SOC가 미세침 끝을 가열하고 금 코팅이 벗겨지면서 미세침이 조직에 노출됩니다. 일단 조직에 노출된 미세침은 30초 동안 피부 조직에 약물을 투여합니다. 이 약물은 혈관에 서서히 흡수되어 전신으로 퍼지게 됩니다. 연구팀은 쥐를 이용한 동물 모델에서 SOP가 의도대로 작동한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연구팀은 SOP 스마트 패치가 치매 노인처럼 제때 약을 챙겨 먹기 힘든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깜빡 잊고 약을 건너뛰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일이 약을 모르고 두 번, 세 번 먹게 되는 일인데, 스마트 미세침 패치는 붙이기만 하면 모든 문제를 알아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덤으로 정확한 투약 시간과 용량을 스마트폰으로 기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스마트 미세침 패치는 주사제 형태로 약물을 투여하는 만큼 식사와 상관없이 약물을 투여할 수 있어 많은 알약을 먹기 힘든 노인 환자에게도 적합합니다. 물론 인슐린처럼 정확한 용량 조절이나 투여 시간이 중요한 경우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가격이 너무 비싸다면 실제 환자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수 있습니다. 미세침 패치가 최근 주목받고 있지만, 실제 응용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은 이유 중 하나도 일반적인 알약이나 주사제가 훨씬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스마트 미세침 패치는 그보다 더 비쌀 것입니다. 대량 생산을 통해서 가격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가 상용화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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