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금지된 사랑이 만든 아름다운 궁전, 잘츠부르크 미라벨 궁전 [한ZOOM]

작성 2024.02.20 13:45 ㅣ 수정 2024.02.2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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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있는 ‘미라벨 궁전’은 대주교 디트리히가 사랑하는 여인 살로메와 아이들을 위해 지은 곳이다. 1606년 대주교였던 볼프 디트리히가 사랑하는 여인 살로메 알트를 위해 이 궁전을 지었다. 원래 이름은 알테나우 궁전이다. 사진: 잘츠부르크 파노라마 투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Salzburg)의 대주교 볼프 디트리히(Wolf Dietrich·1559~1617)가 우연히 연회에서 만난 아름다운 여인 살로메 알트(Salome Alt)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렸다. 살로메 역시 오래 전부터 디트리히 대주교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성직자인 주교는 여자를 만나거나 결혼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만남을 이어갔다. 얼마 후 디트리히는 살로메의 아버지를 찾아갔다.

“교황님께 허락을 받을 테니 살로메를 저에게 주십시오.”



“대주교님은 결혼하실 수 없는 몸입니다. 저는 제 딸이 대주교님의 숨겨진 여인으로 사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어서 돌아가십시오.”



디트리히와 헤어질 수 없었던 살로메는 아버지를 떠나 디트리히에게로 갔다. 디트리히도 교황에게 살로메와의 결혼을 허락해 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교황은 허락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은 비밀결혼을 이어갔고 열 다섯 명의 아이가 생겼다.

디트리히는 살로메와 아이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606년 잘자흐강(Salzach) 건너편에 ‘알테나우 궁전’을 지었다. 알테나우는 사랑하는 여인 ‘살로메 알트의 집’ 이라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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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라벨 궁전은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여주인공 마리아(줄리 앤드류스)가 트랩 대령의 아이들과 함께 ‘도레미 송’을 불렀던 장소로 유명하다. 이 영화는 오스트리아를 배경으로 연출한 뛰어난 영상미와 섬세한 스토리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과 명곡으로 1965년 개봉 당시 세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으며 이후에도 몇 번이나 재개봉을 했을 만큼 사랑받고 있다. 출처: 잘츠부르크 파노라마 투어
금지된 사랑의 슬픈 최후

당시 유럽은 종교개혁과 종교전쟁 그리고 정치적 갈등이 첨예한 시기였다. 디트리히는 바이에른의 선제후 막시밀리안 1세(Maximilian I∙1573~1651)로부터 함께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에게 대항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디트리히는 그 동안 많은 도움을 준 황제를 배신할 수 없어 막리시밀리언의 제안을 거부했다.

막시밀리언은 자신의 제안을 거부한 디트리히를 그냥 둘 수 없었다. 그래서 군대를 보내 잘츠부르크를 공격했다. 디트리히는 황제가 이번에도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지만 황제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 결국 디트리히는 막시밀리언의 편에 선 사촌동생 호헤넴스(Hohenems)에 의해 대주교 자리에서 쫓겨나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감옥에 갇힌 디트리히와 알테나우 궁전에서 쫓겨난 살로메는 서로 만날 수 없었기 때문에 몰래 편지만 주고받을 수 있었다. 1617년 디트리히는 알테나우 궁전이 내려다보이는 감옥에서 눈을 감았다. 디트리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살로메는 죽을 때까지 상복을 벗지 않고 남편을 그리워하다가 1631년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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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산 위에 있는 성이 ‘호엔잘츠부르크성’이다. 종신형을 선고받고 호엔잘츠부르크성 감옥에 갇힌 디트리히는 매일 창살 밖 미라벨 궁전을 바라보며 살로메를 그리워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디트리히가 지내던 감옥의 벽에는 디트리히가 직접 쓴 ‘사랑은 결국에 고통일 뿐이구나’라는 짧은 글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남은 이야기

디트리히를 몰아내고 대주교의 자리에 오른 호헤넴스는 디트리히와 살로메가 떠난 알테나우 궁전에 계속 머물렀다. 그리고 궁전의 이름을 ‘미라벨 궁전’ (Mirabell Palace)으로 바꾸었다.

호헤넴스 다음으로 대주교가 된 로드론은 미라벨 궁전에 별채를 짓고 정원을 넓혀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금지된 사랑이 만든 아름다운 미라벨 궁전은 1818년 화재로 훼손되었다가 복원된 후 지금은 잘츠부르크 시청사로 사용되고 있다.

한정구 칼럼니스트 deeppock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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