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소리꾼 인생을 살아온 가수 바다(본명 최성희·28)의 친아버지 최세월(본명 최장봉·60)씨가 ‘부모·자녀’ 가수를 바라보는 편견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세월 씨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오랫동안 트롯트 메들리 가수로 사랑받아 왔지만 정식 가수로 데뷔하는 데는 크고 작은 어려움이 따랐다.”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딸에게 행여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조심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고속도로 트로트 4대 천왕’이란 예명으로 익히 알려진 최세월 씨는 사실 지금껏 7장의 앨범을 발매하고 총 4백만장이 판매고를 올린 ‘원조 소리꾼’이다.
7월 말 발매한 첫 정식 앨범 ‘정들었네’는 전통 가요에서 9곡의 자작곡에 이르기까지 그의 오랜 음악적 내공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최세월 씨의 음악 활동이 주로 ‘고속도로 트롯트 메들리’라는 음지 시장에 국한돼 있었던 까닭에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음악을 접하는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그의 데뷔 소식은 “가수 자녀의 후광을 업은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 대대로 국악집안, 호랑이가 ‘호랑이 새끼’를 낳는다
한결 같은 음악 인생을 걸어왔던 최세월 씨는 이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는 “엄밀히 말하자면 ‘가수 최성희(바다)가 소리꾼 최세월의 딸’이라는 표현이 옳은 표현이지요.”라며 아버지다운 푸근한 미소를 지어 보냈다.
“호랑이는 호랑이 새끼를 낳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저희 집안은 대대로 국악 집안이였어요. 제 경우 16살 때 전남 콩쿨에 입상하면서 소리꾼의 길을 걷게 됐지요. 바다 역시 음악인의 피를 고스란히 물려 받았는지 어린시절 부터 재능을 보였습니다.”
◆ ‘가수 피’ 물려받은 바다의 꿈, 만류했다
“선천적으로 소리가 탁 트인 아이였어요. 제가 노래 하는 모습을 늘 접하며 자란 탓에 자연스레 가수의 꿈을 가지게 된 듯 하고요. 중 2시절 처음 가수의 꿈을 얘기했는데 제가 단호히 만류했어요. 제가 겪은 어려움을 딸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아버지의 심정이었죠.”
최세월 씨는 99%의 가수가 성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가수는 스포츠와 같다.”며 “2등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불확실한 경쟁 세계에 뛰어드는 딸에게 걱정이 앞섰다고 털어놨다.
“바다가 가수의 꿈을 밝혔을 때 가수가 아닌 아버지로서 가로막게 되더군요. 내가 이 길을 겪고 있는데 너까지 잘 안되면 어떡하냐는 솔직한 우려가 있었고요. 다른 부모들처럼 탄탄히 뒷받침 해 줄 수 없는 마음도 아팠습니다.”
최세월 씨는 “사실 바다가 예고 입학 시험에서 떨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절반이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피는 속일 수 없는 법. 바다는 예고에 이어 대형 기획사 오디션 합격까지 척척 연달아 이뤄냈고 그제서야 최세월 씨도 바다의 꿈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가수라는 직업은 하늘이 정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가수 집안에서 가수가 나오는 것은 재능 탓 일 수 있지만 어렸을 적 부터 노래 부르는 환경에 자연스럽게 노출됐기 때문이죠. 바다에게 노래를 가르칠 때도 그랬어요. 기초가 되는 소리법, 호흡법 부터 차근차근 가르쳤죠.”
◆ ‘바다父 최세월’ 아닌 ‘바다가 최세월 딸’임을 입증할 것
아이돌 그룹 출신 가수 중 가창력 면에서 으뜸이라는 평을 받았던 바다 뒤에는 ‘소리꾼’ 아버지의 가정생활 속 음악수업이 자리 잡고 있었다.
최세월 씨는 바다를 가르켜 “딸이기 전에 후배 가수”라며 딸보다 뒤늦게 가요계에 정식 출사표를 던진만큼 ‘부녀의 선전’을 희망했다.
“46년 음악인생 끝 예순에 들어서야 ‘가수’의 꼬리표를 달았어요. 한 평생 소리꾼의 길을 걸었던 아버지인데 이제는 많은 대중들에게 아버지의 음악을 들려주라는 바다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었고요. 효녀죠. (웃음)”
지난 3월 바다는 아버지의 예순 생신을 맞아 그의 음악인생을 담은 ‘로맨스 첫번째 DVD 앨범’ 을 발매해 진한 효(孝)를 엿보인바 있다. 최세월 씨 역시 이번 흥겨운 타이틀 곡 ‘정들었네’를 통해 가족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세월씨는 “대중들에게 ‘바다의 아버지, 최세월’이 아닌 ‘아, 바다가 최세월에게서 태어나서 실력이 있었구나’하는 평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그간 걸어왔던 음악 인생의 열정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모습을 보여 주겠다.”는 각오도 잊지 않았다.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kr / 사진 = 조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