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 22일 열릴 81회 아카데미 영화상 최다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29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드디어 국내에 상륙했다.
‘위대한 개츠비’로 잘 알려진 작가 스콧피츠제럴드의 ‘벤자민 버튼의 흥미로운 사건’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80세의 나이로 태어나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점점 젊어지는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 분)이 사랑하는 데이지(케이트 블란쳇 분)와 평생의 시간이 어긋나는 과정을 애잔하게 담아냈다.
‘포레스트 검프’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에릭 로스가 각본을 맡고 ‘세븐’ ‘파이트 클럽’의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작품은 원작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긴 다른 영화와 달리 ‘시간을 거꾸로 가는 남자’의 설정만 빌려왔을 뿐 많은 부분을 기발하고 독창적으로 이끌어 나간다.
원작이 벤자민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면 영화는 벤자민과 데이지의 엇갈린 러브스토리에 초점을 맞췄다.
# 엇갈린 사랑 애잔하게 담아낸 최고 걸작
1918년 어느 여름, 80세의 외형을 가진 아기가 태어난다. 주위의 놀라움 속에서 자라난 이 아이는 벤자민으로 불리며 해를 거듭할수록 젊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던 어느 날, 벤자민은 어린 소녀 데이지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데이지 역시 겉모습은 또래 친구들과 다르지만 편안하고 신비스러운 벤자민에게 호감을 느낀다.
이들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다 그들의 40대가 되어서 최고의 타이밍으로 사랑의 절정기를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도 잠시, 시간을 거꾸로 가는 벤자민은 사랑하는 데이지가 그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자 “혹시 아이가 나처럼 태어나면 어쩌지?”라며 고민에 휩싸인다. 다행히도 아이는 정상적인 모습으로 태어나지만 점점 젊어지는 자신과 자라날 아이를 동시에 키워야하는 데이지를 위해 떠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한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우리 인생에서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소중하게 일깨워준다.
미국에서는 이미 ‘믿을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작품’ ‘놓치면 평생을 후회할 작품’ 등 평단과 언론, 관객의 호평이 쏟아졌다. 아카데미 최다 부문 후보 지명이 최다 부문 수상으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시사회에 참여한 영화 관계자들은 “동화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다.” “청년시절부터 80세 노인까지 인생 전반에 모습을 자연스럽고 덤덤하게 연기한 브래드 피트에게 박수를 보낸다.” “놓치기 아까운 영화, 다시보고 싶은 몇 안 되는 영화 중 하나”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 브래드 피트 친딸 샤일로, 다코타 패닝 여동생 엘르 패닝 출연
이번 영화에서 브래드 피트의 친딸 샤일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영화의 재미 중 하나다.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사이에 태어난 샤일로는 원래 출연을 약속한 아기가 울음을 멈추지 않자 대타로 출연하게 됐다.
또한 영화 속, 브래드 피트의 연인 케이트 블란쳇의 어린 시절로 등장하는 아역배우 역시 주목할 것.
새하얀 피부, 신비로운 빨간 머리, 깊은 듯 영롱한 회색 빛 눈동자가 예사롭지 않은 이 배우는 연기 천재 다코타 패닝의 친 동생 엘르 패닝이다.
브래드 피트를 비롯한 케이트 블란쳇, 엘르 패닝 등 배우들의 열연과 뛰어난 구성력, 기발한 상상력이 더해져 아카데미 시상식 13개 부문에 이름을 올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오는 2월12일 일반 관객들을 찾아간다.
서울신문NTN 이현경 기자 steady101@seoulnt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