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 피아니스트를 도운 독일군 장교 빌름 호젠펠트(Wilm Hosenfeld)가 이스라엘에서 그 공로를 인정받게 됐다.
호젠펠트는 지난 2002년 폴란드 출신 유태인 음악가 블라디슬라브 스필만(Wladyslaw Szpilman)의 실화에 바탕을 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를 통해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영국 ‘텔레그래프’ 온라인판은 “이스라엘 야드 바솀(Yad Vashem) 홀로코스트 박물관 측이 호젠펠트에게 ‘세상의 의로운 사람에게 주는 상’(Righteous Among the Nations)을 수여한다고 발표했다.”고 16일 보도했다.
영화 속에서 폐허가 된 바르샤바에 숨어있던 주인공 스필만이 한 독일군 장교와 마주친 뒤 그에게 쇼팽의 피아노 곡을 연주해 주는 장면은 많은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스필만은 생전에 영화의 원작이 된 자신의 일기와 함께 “호젠펠트는 1944년 11월 내가 숨을 곳을 찾는 걸 도와주고 담요, 음식 등을 제공했다.”는 편지를 야드 바솀 측에 보내며 호젠펠트의 공로가 인정되길 요청했다.
이번에 호젠펠트가 수상하게 된 ‘세상의 의로운 사람에게 주는 상’은 홀로코스트 기간 중 유태인을 돕기 위해 목숨을 건 비 유태인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수여되는 상이다.
스필만의 가족을 포함 수천 명이 호젠펠트가 이 상을 수여 받도록 오랫동안 청원했지만 야드 바솀 측은 “그가 전쟁범죄에 연관되지 않았다는 것이 확실해질 때까지” 수상을 연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야드 바솀 측은 성명을 통해 “호젠펠트의 개인 일지와 그가 아내에게 보낸 편지들을 포함한 새로운 증거가 나타났기 때문에 이 상을 수여한다.”고 전했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는 그의 자녀들이 대신 상을 받을 예정이다.
호젠펠트는 2차 대전이 끝난 후 소련군에 체포돼 재판을 받고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후에 25년으로 수감기간이 감형됐지만 결국 1952년 소련에서 숨을 거뒀다.
사진=영화 ‘피아니스트’ 공식 홈페이지
서울신문 나우뉴스 문설주 기자 spirit0104@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