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이혼하게 해주세요!”
친아버지의 강요로 47세 남성과 결혼한 사우디아라비아의 8세 소녀가 결혼 무효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돼 인권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사우디에 살고 있는 한 8세 소녀는 지난해 친아버지가 진 빚 때문에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인 47세 남성과 억지로 결혼했다.
당시 소녀의 아버지와 별거 중이었던 소녀의 어머니는 뒤늦게 자신의 어린 딸이 억지로 결혼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지난해 12월 법원에 혼인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어린 딸을 대신해 법적 대리인으로 나섰던 소녀의 어머니는 1심에서 “남편과 이혼했기 때문에 소녀의 어머니는 더이상 법적대리인이 될 수 없다.”면서 이혼소송을 법원으로부터 기각 당했다.
대신 법원은 소녀와 결혼한 47세 남성에게 소녀가 결혼적령기가 될 때까지 성관계를 맺지 않도록 서약을 하게 하고 성인이 된 뒤 소녀에게 스스로 소송을 제기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몇 달 뒤인 지난 10일(현지시간) 다시 열린 재심에서도 해당 재판을 맡은 셰이크 파비브 알-파비브 판사는 1심과 같은 이유로 또 다시 이혼소송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녀의 친척은 “알-파이브 판사는 1심의 판결 내용을 고집했고 이혼을 하려거든 소녀가 결혼적령기가 되서 스스로 소송을 제기하라고 재차 강조했다.”고 전했다.
2심 판결이 난 뒤 사우디아라비아 국내외 인권단체는 즉각 부당함을 주장하고 나섰다.
사우디 아라비아 여성인권보호협회(Society of Defending Women‘s Rights in Saudi Arabia) 측은 “어린 소녀의 안전이 위협 당하고 있으며 이런 결혼 생활은 소녀에게 평생 동안 큰 상처로 남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역시 “한달에 4, 5건씩 미성년자 결혼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면서 “어린 소녀들을 결혼시킬 수 있도록 한 이슬람법이 법원의 영역을 장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고 종교지도자인 셰이크 압둘 아지즈 알-셰이크는 지난 1월 현지 신문과 인터뷰에서 “15살 이하인 소녀의 결혼이 허용되지 않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이들 소녀가 너무 어리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됐으며 소녀를 불공평하게 대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진=Al-Arabiya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