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9시30분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운구는 이 날 오후 5시39분 경남 양산의 부산대 병원을 떠나 오후 6시30분 사저가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도착했다.운구는 도착 5분후 마을회관에 안치됐다.
유족과 참모진 등은 병원측 제공한 버스와 승용차 등을 나눠타고 운구차를 뒤따랐다.
유족들은 이에 앞서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이 안치됐던 부산대병원에서 “봉하마을 진입로가 좁아 고민했지만,유족과 문재인 전 비서실장 등 참모진이 상의해 빈소를 봉하마을에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족과 김경수 비서관,문재인 이병완 전 비서실장,윤원호 전 열린우리당 부산시당 위원장 등은 봉하 장례식장에 모여 가족장으로 할 것인지,정부의 국장(國葬) 제안을 받아들일지 여부 등을 논의 중이다.유족들은 이날 모든 장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오전 9시25분쯤 부산대병원에 도착해 노 전 대통령의 사망을 확인한 직후 실신했던 권양숙 여사는 4시간여 만인 오후 2시쯤 의식을 되찾아 병원 11층 특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다음은 유서 전문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책을 읽을 수도,글을 쓸 수도 없다.너무 슬퍼하지 마라.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미안해 하지 마라.누구도 원망하지 마라.운명이다.화장해라.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오래된 생각이다.
경찰과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오전 5시45분쯤 경호원 한 명과 함께 사저에서 나왔다.노 전 대통령은 사저에서 나오기 26분 전에 사저 안의 컴퓨터에 이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가 노 전 대통령을 근접 경호한 경호관의 보고를 인용한 내용에 따르면,노 전 대통령은 ‘부엉이 바위’에 도착한 직후 경호원에게 “담배가 있느냐.”고 물었다.경호원이 “가져올까요?”라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은 “가지러 갈 필요는 없다.”고 막았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바위 아래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서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라고 담담하게 얘기했다.이 말이 경호원이 노 전 대통령에게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노 전 대통령은 이후 곧바로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이 시각이 오전 6시40분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몸을 던진 ‘부엉이바위’는 사저 뒤편에서 경사 40도 정도의 비교적 가파른 언덕 위에 있다. 해발 100여m 높이이고 사저와의 직선거리는 200여m다.
한편 이운우 경남경찰청장은 23일 오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건과 관련해 “사건 현장에서 노 전 대통령의 것으로 보이는 등산화 한쪽과 피 묻은 상의를 발견해 수거했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수사 진행 과정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힌 뒤 “노 전 대통령을 수행했던 사람은 이병춘 경호과장이며,아직 수사 초기 단계여서 이 과장의 진술은 확보된 게 없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사고 당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경호가 적절했는지,이 과장이 막을 수 없었는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청장은 또 노 전 대통령 시신의 부검 여부에 대해서는 “유가족 및 검찰과 협의해 결정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서 발견 경위에 대해서는 “유서는 이날 오전 5시10분쯤 컴퓨터 바탕 화면에 떠 있었으며,사고 이후 비서관에 의해 발견됐고 유서는 출력돼 조카사위인 정재성 변호사에게 건네졌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은 양산 부산대병원 건물 부속 장례식장에 안치돼 있으며,앞서 허기영 부산대 법의학 교수 정재성 변호사 등이 입회해 검시한 결과 두개골 골절 및 다발성 장기 손상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때 실신했던 것으로 전해지는 권양숙 여사는 이날 병원 귀빈(VIP)용 병실에서 대기하고 있다.
글 /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영상 / 서울신문 나우뉴스TV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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