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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러드’ 전지현, “액션 배우로 돌아 왔어요”

작성 2009.06.04 00:00 ㅣ 수정 2009.06.0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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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앵둣빛. 비단 입술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톡톡 튀는 말솜씨도, 부쩍 성숙해진 생각도 뙤약볕 아래 영그는 앵두를 연상하게 한다. 무엇보다 새로 들고온 신작 ‘블러드’가 핏빛처럼 강렬한 인상을 던져준다.

4일 ‘블러드’ 언론시사회 직후 서울 용산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지현(28)은 자리에 앉자마자 “영화 어떠셨어요?”라는 물음부터 던졌다. “조금 잔인했다.”고 답하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빙그레 웃는다.

“대작영화다 보니 상업적인 부분도 배제할 수 없는 거잖아요. 강조할 부분을 확실히 강조한 거죠. 장르가 판타지라는 점도 감안해주세요.” 주연다운 책임감이 말투에서 묻어났다.

그의 말대로 영화 ‘블러드’는 판타지 액션 블록버스터다. 원작은 ‘공각기동대’의 오시이 마모루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블러드 더 뱀파이어’. 프랑스·홍콩·일본의 합작으로 5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는 지난달 29일 일본 개봉을 시작으로 점차 개봉국가 수를 늘려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오는 11일 개봉한다.

전지현이 맡은 배역은 16세 뱀파이어 헌터 ‘사야’다. 인간과 뱀파이어의 혼혈인 사야는 아버지를 죽인 뱀파이어 수장 ‘오니겐’(코유키)을 죽이는 것이 일생일대의 목표다. “처음 영화 출연을 결정하게 된 것도 사야의 매력 때문이었어요. 정체성이라는 원초적 갈등으로 고뇌하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끌리는 느낌이 들었죠. 교복 입고 칼을 휘두르는 모습도 너무 멋졌고요.”

2006년 말부터 2007년 상반기까지 진행된 촬영은 결코 쉽지 않았다. 아르헨티나에서 한달, 중국에서 서너달 가까이 올 로케이션으로 진행됐기에 오래 해외에 머무르면서 향수병을 앓아야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생애 첫 액션 연기. 촬영에 앞서 3개월 동안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연마했음에도, 막상 촬영에 들어가자 죽을 만큼 힘들었다. 심지어 골목에서 미군 장교의 딸을 구해내는 장면은 한달 내내 밤에 비를 맞으면서 찍어야했다. 어느 날은 와이어 액션신을 찍다 크레인에 세게 부딪히고는 서러움에 엉엉 울기도 했다.

“정신적·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다시는 액션영화 안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죠. 제 말을 들은 원규 무술감독님은 ‘이연걸, 성룡도 다 그렇게 말했지만 계속하더라.’며 웃으셨죠. 하지만 감독님도 나중에는 ‘이렇게 힘들었던 적은 처음이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고생한 덕분에 화면 속 공중 날기, 180도 회전 발차기, 나무 거꾸로 매달리기 등은 진짜 뱀파이어마냥 자유자재다.

액션에 집중했지만, 감정 연기도 놓치지 않았다. 메가폰을 잡은 프랑스 출신 크리스 나흔 감독이 강조한 것도 ‘눈빛’이었다. “‘블러드’를 찍기 전에는 최초로 감정 연기를 하는 액션배우가 되겠다고까지 생각했어요. 순진한 생각이었죠. 발차기 한번 하면 ‘컷’ 되는 식으로 기존 연기와는 많이 달랐어요. 하지만 촬영이 A·B 팀으로 나뉘어 각각 드라마·액션을 담당했기 때문에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상호보완이 됐어요.”

영어 대사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부담감에 목소리가 양처럼 떨렸다. 하지만 부끄러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결과, 한달쯤 지나자 익숙해졌다. 그는 “영어도 액션도 못했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으니 한 틀을 깨고 나온 거라고 생각해요.”라며 감회에 젖었다.

다국적 합작 영화에 한국 여배우로서는 사실상 처음으로 원톱 출연한 것도 의미가 크다. 외견상 화제가 된 것 외에도 배우로서 연기폭을 넓히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한국에서와 달리 나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마치 하얀 백지가 된 느낌이랄까. 감독님도 저에 대한 선입견이 없어서 기존 이미지보다는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의 색깔을 더 많이 입히신 것 같아요.”

영화는 엔딩에서 속편을 암시하는 여운을 남긴다. 시사회 뒤 열린 간담회에서 제작자 빌 콩은 “‘블러드’는 처음부터 3부작으로 기획한 영화다. 충분히 후속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속편을 찍는다면 주연으로 전지현 아닌 다른 배우는 상상할 수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지현은 “그만큼 말씀해주시는데, 속편이 나온다면 또 출연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이제 데뷔 13년차. 2001년 ‘엽기적인 그녀’를 통해 스타급 배우로 급부상했지만 이후 작품들이 흥행에 부진하면서 ‘CF 스타로 안주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조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한 여유가 느껴졌다. “경력에 비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점은 반성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제가 앞으로 더 잘 해낼 거라고 믿어요. 내면의 깊이, 감정의 폭이 넓어질 거란 생각이 들면서 절로 자신감이 생기는 거죠. 그래서 나이 드는 게 두렵다기보다는 설레고 기대돼요.”

‘관객을 끄는 힘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는 전지현. 그의 꿈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아마도 빨간 앵둣빛이지 않을까.

글 / 서울신문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영상 / 서울신문 나우뉴스TV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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