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착한 일을 얼마나 했기에…”
요즘 신인배우 왕지혜(24)가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현빈과 김민준의 사랑을 독차지한 그녀에게 질투어린 시선이 꽂힌다.
MBC 주말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에서 진숙을 연기하는 왕지혜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멜로를 부각시켜 영화보다 한층 부드러워진 드라마 ‘친구’를 만드는 데 여주인공 왕지혜의 역할이 컸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맑고 큰 눈, 170cm의 늘씬한 키와 가식 없는 시원시원한 성격까지. 드라마 속 진숙을 쏙 빼닮은 배우 왕지혜를 만났다.
◆ 중고 신인, 9년 만에 꽃피다
왕지혜는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밝은 모습을 잃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며 고등학교 때 만난 남자친구 동수(현빈)와 준석(김민준) 사이에서 갈등하는 진숙을 연기한다. 왕지혜는 마산 출신답게 자연스러운 사투리와 차분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제가 맡은 ‘진숙’은 가족 때문에 온갖 힘든 일을 견디며 살아가는 캐릭터에요. 실제로 저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쉽게 공감하고 표현하기도 편했구요. 곽경택 감독님께서 ‘진숙이 캐릭터는 너 아니면 안됐어’라고 말씀해주셨을 땐 정말 기뻤죠.”
어딘가 낯이 익다 했더니 올해로 연예계 생활 9년차에 접어들었다는 ‘중고’ 신인 왕지혜. 아무것도 모르던 고등학생 시절 CF모델로 데뷔한 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했지만 연기자의 길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든 고비가 찾아왔다.
“한없이 자신감을 상실했던 때가 있었어요. 아무리 연기 연습을 하고 노력을 해도 끝이 안 보이는 거 같았어요. 일도 잘 안 풀리는 것 같고. 반항 한답시고 뛰쳐나갔다가 하루 만에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어요. 이왕 시작한 길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 이렇게 올해 ‘친구’라는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됐어요. 안 그만 두길 잘한 것 같아요.(웃음)”
인고의 시간을 거쳐 만난 작품이기에 ‘친구’는 너무나 특별한 작품이다. “드라마 ‘친구’ 촬영을 했던 지난 6개월이 저에게 너무 소중하고 행복했던 시간이에요. 욕심을 버리고 집중해서 편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 연기적으로 그리고 인격적으로 제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 고현정의 카리스마 닮고파
왕지혜는 요즘 ‘친구’로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부산에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서울에 올라왕 보니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조금 늘었더라구요. 얼마 전에는 길을 지나가는데 ‘진숙아 어디가노’ 그러시는 거예요.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아직은 얼떨떨해요.”
내성적이고 소극적이어서 인터뷰도 제대로 못하던 왕지혜는 ‘친구’를 찍으면서 성격도 많이 변했다.
“‘친구’에서 고등학생 시절을 찍을 땐 정말 즐거웠어요. 긍정적이고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노력했죠. 많이 웃고 떠들고. 그랬더니 주변에서 ‘네가 이렇게 밝은 사람인 줄 몰랐다’고 놀라시던데요.”
그동안 ‘일이 안 풀리네, 운이 안 좋네’ 소리도 많이 들었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인내하면서 좋은 작품,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는 왕지혜.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그 꿈에 대해 물었다.
“고현정 선배님의 카리스마를 닮고 싶어요. 이름 하나 만으로 신뢰가 가고 그 작품이 보고 싶어지는 배우가 있자나요. 저도 그런 배우가 되기 위해 연기력을 쌓고 많이 노력할거에요. 진실 되게 연기하는 배우 왕지혜로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어요.”
서울신문NTN 우혜영 기자 woo@seoulntn.com / 사진=한윤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