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스타일과 패션을 창조하는 스타일리스트 정윤기(39)의 일상은 물론 화려하다. 정윤기는 절친한 탤런트 이혜영과 함께 쇼핑하고, 배우 권상우와 카페에서 담소를 나눈다.
“차승원, 송윤아, 김정은, 정우성처럼 오랫동안 함께한 배우들과는 친구처럼 지내요. 최근 스타일링을 맡았던 수영선수 박태환 군과 전화 통화도 자주 하구요.”
◇스타일리스트, 이럴 땐 상처받아
하지만 힘들 때도 많다. 스타일리스트로서 가장 마음이 아픈 건 역시 ‘베스트 드레서’와 ‘워스트 드레서’가 극명하게 갈릴 때다.
“특히 제가 동시에 스타일링한 배우 중 ‘베스트’와 ‘워스트’가 나뉘면 그렇게 속상할 수가 없어요. 누군가 베스트 드레서로 뽑히면 다른 배우들에게 너무 미안해요.”
한 예로 정윤기는 배우 손예진을 들었다. 청룡영화제에서 베스트 드레서로 꼽힌 손예진이 대한민국영화제에서는 워스트 드레서로 추락한 것이다. 얼마나 안타깝고 아쉬웠는지 모른다며 정윤기는 한숨을 쉬었다.
또 애써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스타일 아이콘으로 만들어줬더니 훌쩍 떠나가는 사람들을 볼 때 정윤기는 스타일리스트란 직업에 회의를 느끼기도 한다.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은 인간적 교감과 믿음이 가장 중요해요.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있나요. 제가 스타일을 담당했던 배우들이 떠날 때는 너무 힘들죠.”
◇정윤기가 추천하는 패션 플레이스
이처럼 심신이 힘들 때 혹은 스타일링의 영감이 필요할 때 정윤기가 주로 찾는 장소는 패션 멀티숍들이다.
“지금 우리가 앉아 있는 스수와(Ce Soir)를 자주 방문해요. 럭셔리하고 빈티지한 제품들이 많아 제가 즐겨 찾는 멀티숍입니다.”
정윤기 외에도 김성일, 한혜연 등 많은 스타일리스트들이 선호하는 청담동 편집매장 스수와는 키치하고 펑키한 감성의 브랜드를 위주로 빈티지 액세서리 드레스 슈즈 등 트렌디 컬렉션을 선보인다.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주는 스타일을 즐긴다는 정윤기는 특히 스수와에서 만날 수 있는 빈티지의 느낌을 살린 실용적인 디자인의 다양한 쥬얼리에 반했다고 했다.
“또다른 곳으로는 패션과 리빙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텐코르소코모(10 Corso Como)를 추천합니다. 북유럽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인테리어 속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고 싶다면 멀티숍 프로젝트민트를, 독특한 남성 패션 제품을 찾는다면 분더숍맨(Boon The Shop Men)을 방문해 보세요.”
눈 감고 있는 시간이 아까워 하루에 6시간 이상 잔 적이 없다는 정윤기는 한국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아직도 욕심이 많다.
“패션을 이해하기 위해 많이 보는 것만큼 좋은 게 없어요. 그래서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들을 선별해 놓은 멀티숍을 둘러보는 건 참 많은 공부가 됩니다.”
패션이란 사실 소비에서 시작됐지만 자기 만족이자 자기전투력으로 발전했다고 말하는 스타일리스트 정윤기의 소망은 하나다. 바로 모든 사람들이 패션을 사랑하고, 패션을 자기 발전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 / 사진=강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