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계상은 ‘god’에서 지금의 ‘배우’가 되기까지 세 번의 큰 변화를 겪었고 변하지 않은 한 가지를 간직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영화 ‘발레교습소’를 순전히 오기로 시작했던 윤계상은 2008년 ‘비스티보이즈’ 이후 방황을 하다가 5일 개봉하는 ‘집행자’를 통해 마음을 비웠다. 지난 6년간 윤계상을 이끌어온 건 연기에 대한 그의 변함없는 열정이다.
윤계상은 배우로 데뷔할 때만 해도 연기할 생각보다 감독을 이기고 싶은 생각이 컸다. 당시 윤계상은 god 계약문제로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는데 정식 미팅인 줄도 모르고 갔던 자리에서 “여기 놀러왔냐”는 감독의 꾸지람을 듣고 오기로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누구보다 연기에 대해 진지했던 윤계상은 지난해 ‘비스티보이즈’ 이후 8개월간 어떤 시나리오도 읽지 않았다.
“혼신의 힘을 다했기 때문에 편견을 갖고 날 바라보는 사람들이 내 노력만으로도 다르게 봐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40여 분이 삭제되고 제 생각과 다르게 영화가 나오니까 충격이었죠. 연기 자체만으로도 행복해서 시작했는데 욕심이 제 스스로를 힘들게 한 셈이죠.”
윤계상이 다시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MBC ‘트리플’의 이윤정 PD덕분이었다. 윤계상은 “이윤정 PD와 얘기를 나누면서 내가 그동안 누군가에게 평가받기 위한 연기를 해왔다는 걸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러던 중 윤계상은 ‘집행자’ 시나리오를 받았고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촬영에 임하게 됐다. ‘집행자’는 12년 만에 사형제도가 부활하면서 생애 처음 사람을 죽이게 된 교도관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 휴먼드라마다.
윤계상이 맡은 신입 교도관 재경 캐릭터는 아무것도 모른 채 일을 시작하고 어설프게 방법을 터득해나간다. 그러다 큰 일이 닥쳤을 때 생각 없이 저지르고 방황하지만 결국 하던 일을 계속해나간다는 점에서 윤계상이 배우로서 걸어온 과정과 닮았다.
“고비를 넘기고 나니까 편해졌어요. 제가 당장 뭔가를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조바심 냈을까, 스스로 연기에 만족했어도 다른 사람이 보기엔 그저 그랬을 수도 있는데 왜 그렇게 아파했을까를 생각하다 결국 초심으로 돌아가 선택하게 된 작품이에요.”
그렇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윤계상은 진정성 하나로 연기에 덤벼들어 너무나 잘 하고 싶은 욕심에 어떻게든 답을 찾으려고 했지만 연기는 답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연기는 답을 준비한다고 해서 만들어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느끼기까지 수많은 고통이 따랐어요. 연기자가 된 후부터 지금까지의 노력은 누구한테 얘기해도 부끄럽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연기에 대해 말할 땐 가장 진실하죠. 열정을 다 바친 연기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거짓으로 말한다면 제 인생이 끝날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조바심과 욕심을 버려서일까 윤계상은 그동안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god에 대해서도 “god였기 때문에 연기를 할 수 있었고 주연을 맡을 수 있었다. 언젠가 내가 연기로 god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이면 배우 윤계상이 될 것”이라며 여유를 보였다.
여유를 찾은 윤계상이 배우로서 내딛을 다음 걸음걸이는 독립영화다. 이유를 묻자 “단순히 연기가 좋은 거지 평가를 바라지 않는다. 이젠 내 스스로가 심사위원이고 이 작품을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답하는 윤계상에게서 배우냄새가 물씬 풍긴다.
서울신문NTN 정병근 기자 oodless@seoulntn.com / 사진=이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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