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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다짐’ 이승엽, 왜 부진 늪에서 못 벗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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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히 말하면 이승엽(요미우리)은 2년동안 처참한 시간을 보냈다.

추락과 부활을 반복하며 롤러코스터를 타는듯한 페이스가 일상이 되어버릴 정도로 굴곡이 심했기 때문이다. 2008년엔 1군에서 단 45경기(타율 .248 홈런8개) 그리고 올시즌에는 77경기(타율 .229 홈런 16개)에 출전한게 전부였다.

이쯤되면 주전 멤버라고 불리기도 민망한 성적이다.

성적의 부침만큼이나 올시즌엔 타격폼 변경도 자주 이뤄졌다.

타자가 부진할때 늘상 반복되는 이 타격폼 수정은 이승엽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계기가 되기도 했다.

2년전 수술한 왼 손가락의 감각저하, 지나친 타격폼 변경에 따른 혼동, 팀내 입지 등 차례대로 엄습한 이 불안감은 이승엽 본연의 타격야성을 빼앗아 버렸다. 일부에서는 그의 나이를 언급하며 지금의 부진이 노쇠화에 따른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도 그럴것이 2007년을 기점으로 매년 성적이 하락한 것은 일시적인 부진이 아닌, 이젠 그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기에 전성기 때 만큼의 폭발력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승엽은 우리나이로 이제 겨우 34살이다. 다시한번 제2의 전성기를 충분히 맞을수 있는 나이대다.

그럼 왜 이승엽은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었던걸까. 여기에는 지나친 타격폼 수정의 단정적인 문제와 더불어 좀 더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점이 그안에 내포하고 있다.

야구의 타격기술중에 ‘hand-eye coordination’ 라는게 있다. 타구를 쫓아가는 능력을 일컫는 이것은 처음 배트를 쥐고 있는 손과 공을 바라보는 시선이 타격의 시발점에서 컨택트(contact)지점까지 가는데 있어서 일치감을 나타낼때 주로 표현하는 용어다.

이것은 선구안의 개념과는 좀 다른 것이다.

우선 올해 이승엽은 시즌 개막전부터 일본시리즈까지 오는동안 큰틀에서 보면 3번의 타격폼 수정을 거쳤다.

이승엽이 시즌 1호 홈런부터 8호 홈런까지를 쏘아올릴 때의 모습은 작년과 별반 다르지 않는 타격자세를 유지했었다. 오픈 스탠스에서 앞발을 대각선으로 들어올리며 타이밍을 잡았다. 들어올린 무릎의 높이만큼이나 파워포지션에서의 그립위치도 정비례했다.

하지만 이후 이승엽은 5월 22일 라쿠텐전에서 시즌 9호,10호 홈런을 쳐낼때부터는 다른 타격폼이었다. 예비동작 없이 곧바로 앞다리를 들어올리는 대신 오픈 스탠스에서 앞발을 가볍게 지면에 터치를 한다음 한타임 빠르게 니 리프트(Knee lift)을 시작했는데 홈런이 나오는 텀은 물론 타율 역시 떨어지는 시점에서 바뀐 폼이었다.

이후 이승엽은 무려 35타석 연속무안타로 부진을 거듭했던 6월초에 다시 타격폼 수정을 가한다. 개막전에서 보여줬던 타격폼으로 원상복귀 한것이다. 그리고 6월 22일 치바 롯데전에서 12호 홈런을 터뜨리는데 이때는 일명 토우 탭(Toe-Tap) 타법으로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되어 있었다.

토우 탭 타법이란 스트라이드시(Stride) 앞발을 자신의 뒤다리쪽으로 이동해 미리 지면에 한번 터치를 한다음 다리를 내딛는 것을 말한다.

다리를 높이 들던 모습이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시즌 중반이 채 지나기도 전에 굴곡이 심했던 성적만큼이나 지나친 타격폼 변경으로 인해 이후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7월 4일 시즌 16호 홈런을 끝으로 13일에 결국 2군으로 내려갔고 이후 28일에 다시 1군에 복귀했지만 선발출전도 8번타순에 그리고 대타요원으로 전락한 끝에 8월 3일을 마지막으로 올시즌 1군 경기를 종료했다.

타자가 한시즌을 치르면서 이렇게나 많은 변화와 굴곡을 보여주기도 힘든 일이다.

이러한 타격동작의 변화는 선구안 이전에 hand-eye coordination 의 일치감을 보여주는데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어떠한 타격자세에서 손과 눈이 반응하는것이 익숙해질 무렵, 몇경기 맞지 않아서 타격폼을 수정버리면 또다시 새로운 폼에 손과 눈의 반응이 인지돼는 시간적 여유가 또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원래 이승엽은 아웃코스에 형성되는 공을 공략하는 기술이 탁월한 선수다. 강력한 손목힘을 바탕으로 끝까지 배트를 되감는 능력이 뛰어나 다른 선수같으면 파울이 될 공도 좌측 홈런으로 연결해내는 능력이 대단한 타자다.

하지만 올해 이승엽은 그동안 지적돼 오던 인코스 공략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시즌중반에는 오히려 아웃코스 공에 약점이 생기는 문제가 발생했다. 약점으로 지적되는 곳에 적응을 할때 쯤 강점으로 생각했던 코스에 문제점이 발생한 것이다.

모든게 뒤죽박죽인 상황에서 결국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던 원인도 지나친 타격폼 변경이 가져다준 몸의 반응이 준비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젠 내년시즌을 대비해 새롭게 훈련을 시작해야 하는 이승엽은 올 겨울에는 스피드에 보완점을 두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건 빠른 발이나 수비에서의 순발력이 아닌 타격시 공에 반응하는 몸의 움직임을 뜻한다고 추론해볼수 있다.

이승엽도 상대 투수가 어떠한 볼카운트에서 그리고 어떤 구종으로 자신을 상대할 것이란 것쯤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서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막상 타석에 들어서면 공에 대처하는 몸의 반응이 뒤떨어지게 마음과 타격동작이 따로 놀았다.


2년 동안을 허송세월한 이승엽 개인입장에서는 자존심 문제와 더불어 앞으로 자신의 야구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중요한 오프시즌이다.

내년에 이승엽은 본연의 타격자세와 거기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공에 대한 반응을 되찾을수 있을까.

올겨울 훈련의 화두를 스피드로 정한 이승엽의 선택이 내년시즌에는 어떠한 모습으로 되돌아올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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