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위기란 사실을 몰랐을 때 가장 위험한 법. MBC 수목드라마 ‘마이 프린세스’(이하 마프)가 동시간대 정상을 차지하고 있고 ‘조건 반사식’으로 따라붙던 주연배우의 연기력 논란도 잠잠해졌지만 여전히 치명적인 위험요소가 산재하다는 평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까지 6회 방송돼 3부 능선을 넘은 ‘마프’가 “극 몰입과 흥미가 떨어진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가 뭘까.
로맨틱 드라마 성공의 필요충분조건인 김태희와 송승헌의 연기가 극 전개를 부드럽게 이끌기엔 부족하다는 데 많은 이들이 동의한다.
이는 얼마 전 종영한 SBS ‘시크릿 가든’(이하 시가)의 하지원과 현빈의 활약을 떠올리면 더욱 극명히 대비된다. 황실재건과 영혼의 뒤바뀜이라는 판이한 소재지만 두 드라마는 톡톡 튀는 캐릭터와 동화 같은 소재, 당대 톱스타들이 출연했다는 공통점이 있어 더욱 비교된다.
‘시가’에서 현빈과 하지원은 이름대신 길라임과 김주원의 캐릭터로 기억됐다. 종영한 지 1주일이 됐지만 OST만 들어도 설렘이 되살아날 정도로 두 캐릭터의 흡입력은 상당했던 반면 ‘마프’는 정반대였다. ‘마프’의 이설 대신 김태희, 박해영 대신 송승헌에 눈이 더 가는 게 사실이다.
“길라임 씨 언제부터 이렇게 예뻤나.”란 다소 유치한 대사도 까칠한 재벌남 김주원이 했기에 가슴을 울렸지만, ‘마프’의 재벌 박해영이 “그쪽이 잘 몰라서 그러는데 내가 바보 소리 들으려야 들을 수 없는 조건이거든”이란 김주원과 비슷한 대사도 어딘가 임팩트가 떨어진다.
또한 여배우들에게서도 차이가 났다. 상큼 발랄한 캐릭터로 김태희가 예상외로 선전하고 있지만 부족한 면이 있다. 촌스러운 옷에 검은 피부, 근육질 몸매 등 온몸으로 ‘소외된 이웃’ 길라임을 표현한 하지원의 정교한 캐릭터 해석력이 김태희에게는 부족해 보인다.
‘마프’는 이설과 박해영이 티격태격하면서 대한민국 황실을 재건하는 모습을 본격적으로 그릴 예정이다.
모든 장르가 그렇지만, 로맨틱 드라마에서는 두 남녀 배우의 캐릭터 해석력과 몰입도가 특히 더 중요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 외모로는 늘 톱스타였던 김태희와 송승헌이 길라임-김주원을 뛰어넘어 ‘마프’로 이례적인 연기력 찬사를 받을 수 있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