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를 탄 남자가 “몸이 좋지 않다.”며 감쪽같이 승무원을 속이고 2억이 넘는 현금을 훔쳐 도주한 사건이 카리브에서 발생했다.
6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화 같은 사건은 카리브 과달루페 섬과 산마틴 섬을 연결하는 안틸랴스 항공회사 소속 국제선에서 일어났다.
비행기에 탄 한 남자가 “속이 좋지 않다.” 면서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궜다. 비행시간 40분 내내 남자는 화장실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승무원들은 “멀미가 심한 모양이다.”라면서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지만 남자는 화장실에서 딴짓을 하고 있었다. 소리없이 화장실 판넬을 뜯어내고 화물칸으로 빠져나간 것.
이날 화물칸에는 묵직한 돈주머니 3개가 실려 있었다. 운반되고 있던 금액은 무려 미화 160만 달러(약 17억6000만원). 남자가 정신없이 주머니에 돈다발을 넣고 있는 사이 함께 비행기에 타고 있던 여자는 도주를 위해 공작을 벌였다.
”일행이 몸에 좋지 않은 것 같으니 착륙할 때 앰뷸런스를 대기시켜 달라.”
남자는 착륙 직전 화물칸에서 화장실로 넘어온 후 자리로 돌아갔다. 비행기가 내려앉자 “이제 몸이 좀 좋아진 듯하다.”면서 앰뷸런스를 이용하지 않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현지 언론은 “공항이 병원으로 후송될 승객이라는 긴급통고를 받고 남자의 몸과 짐을 검사하지 않았다.”면서 “남녀가 치밀하게 작전을 짜고 돈을 훔쳐 달아난 것”이라고 전했다.
남자가 훔쳐간 돈은 23만8000달러, 원화로 약 2억6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손영식 voni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