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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통신] ‘모 아니면 도’ 이승엽 부진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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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타자에게 있어 숙명과도 같은 것이 삼진이다.

‘바늘과 실’의 관계로도 비유되는 이러한 슬러거들의 운명은 결국 얼마만큼 삼진을 줄이면서 확률적으로 홈런포를 터뜨리느냐에 따라 선수 평가가 달라진다. 이 기준으로만 놓고 보면 현재까지(17일 기준) 이승엽(35.오릭스)은 전혀 만족스럽지 못한 야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승엽은 오릭스 버팔로스가 6경기를 소화한 지금 현재, 퍼시픽리그 삼진 공동 1위에 올라와 있다. 이승엽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선수는 랜디 루이즈(라쿠텐)로 원래 이 선수는 ‘극과 극’의 타격성향으로 공갈포 유형에 더 가깝다.

이승엽의 성적은 23타석 20타수 2안타(타율 .100 희생타 1개, 볼넷 2개)에 삼진이 무려 10개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에 그에 대한 평가가 이르긴 하지만 타수 대비 삼진율이 무려 50%다.

그렇다고 이승엽의 홈런이 많은 것도 아니다. 1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리긴 했지만 타격에서 기본이라고 할수 있는 안타조차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타리그와는 달리 유달리 타율에 대한 값어치를 높이 평가하는 일본야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이승엽의 삼진을 두고 이미 오카다 아키노부 오릭스 감독은 “볼에 몇번이나 방망이가 나가는지 모르겠다. 가만 있으면 볼넷으로 걸어 나갔을텐데…” 라며 불만 섞인 멘트를 한바 있다. 오카다 감독은 자신이 믿고 점찍은 선수에겐 한 없이 너그럽지만, 한번 눈밖에 난 선수는 쳐다도 보지 않을 정도로 그 성향이 뚜렷한 지도자다.

일단 이승엽이 개막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선발 라인업에 포함됐다는 사실은 이승엽에 대한 오카다 감독의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부진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언제까지 그를 기용할지 아무도 장담할수 없다. 오카다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승엽의 초반 부진이 안타까운 것은 오프시즌 동안 중점을 두고 연습에 매달렸다는 ‘밀어치기’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개의 장타(홈런, 2루타)는 센터펜스를 기준으로 모두 우측으로 날아간 타구였다. 밀어치기가 중요한 것은 단지 타구방향을 좌측(좌타자 기준)으로 보내는 것에만 국한된게 아니다.

밀어친다는 것은 잡아당겨 칠때보다 히팅 포인트가 뒤쪽에 형성된다는 뜻과 같다.

뒤쪽에 형성된다는 것은 공을 좀 더 오래 본다는 의미고 그만큼 투수가 던진 공에 대한 반응을 일찍 판단하지 않기에 나올수 있는 타격이다. 이러한 타격은 삼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타격시 이승엽은 무게중심이 뒤에 있다. 공과 배트가 만나는 컨택트(Contact)지점에서 이승엽의 상체 위치를 보면 중심이 확실히 뒤에 있다는 걸 알수 있는데 이러한 타격스타일을 지닌 타자를 가리켜 스테이 백 히터(Stay-back hitter)라고도 한다.

타격자세로만 놓고 보면 공을 자신의 히팅 존까지 끌어들여 스윙을 할것 같지만 실상 그는 앞 어깨가 빨리 열리는 습관을 고치질 못했다. 좋은 타격폼이지만 장점을 살리지 못한, 덧붙여 투수가 던진 공을 섣부르게 일찍 판단해 스윙을 하기에 밀어치는 타격이 실종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는 일본투수들의 포크볼도 그의 부진을 부채질했다.

모든 구종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포크볼이라도 타자 앞에서 볼성(안 건드리면 볼)으로 떨어지는 것과 카운트를 잡는(스트라이크를 잡는) 포크볼로 나뉜다. 지금 이승엽이 전혀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게 전자의 포크볼이다.

대표적으로 이승엽은 16일 경기(라쿠텐전)에서 상대 선발 나가이 사토시(27)에게 포크볼에만 2번의 삼진을 당했다. 이날 나가이가 이승엽을 상대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포크볼을 던진 것은 5회초 타석 때 딱 하나였다.

나머지는 전부 볼성으로 떨어지는 공이었는데, 대놓고 이 구종을 실험이라도 하듯 이승엽을 농락했다. 한번 속으니 계속해서 그 약점을 물고 늘어진 것이다.

타격에서 학습효과는 상대 투수를 막론하고 경험 하지 않고도 대처하는게 가장 좋고, 경험을 한 후 고치면서 발전하는게 두번째다. 가장 좋지 않은 것이 이미 경험을 했음에도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는 것이다. 오카다 감독이 ‘건드리지 않으면 전부 볼’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던 것도 이승엽의 이러한 면을 아쉽게 생각해서다.

이승엽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중에도 일치하는게 하나가 있다.

바로 언제 터질지 모를 그의 한방능력이다. 부진을 거듭하더라도 그의 한방이 터질때면 시원함을 넘어 아름답기까지 하다. 소위 걸리면 대형홈런인 이승엽의 타구는 승부사 기질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모 아니면 도’ 식의 타격은 이승엽이 지양해야 한다. 근본적인 원인은 밀어치는 타격이 실종됐다는데 있지만, 지금은 요미우리 시절처럼 ‘이번에 못치면 2군으로 내려간다’의 상황이 아니다. 기술적인 문제에 더해 이유를 알수 없을 정도로 심리적으로 느긋하지 못한 것도 그가 부진한 원인중 하나다.


다수의 야구팬들은 이승엽이 부진 하더라도 중요한 순간에 터지는 그의 홈런포를 기다린다. ‘희망고문’인 셈이다. 이승엽이 본연의 모습을 찾았다는걸 확인하는 순간은 밀어쳐서 안타가 나올때다. 오릭스의 선수구성상 당분간 이승엽을 대체할 대안이 없다는 것도 스스로 생각해 볼 문제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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