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은 이미 오래 전부터 불멸을 꿈꿔왔다. 불로불사의 약을 원했다는 진시황제부터 불멸을 소재로 한 각종 소설과 영화까지, 죽지 않는 것은 모든 인간이 꿈꾸는 소망이자 이룰 수 없는 꿈 중 하나였다.
하지만 과학이 발전하면서, 불멸은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되어가고 있으며, 일부 과학자들은 불멸의 실현 열쇠가 값비싼 ‘마술 물약’이 아닌 편형동물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호수나 연못 웅덩이에 사는 편형동물인 플라나리아 벌레는 반으로 잘라져도 머리가 다시 자라며 심지어 머리에 새로운 뇌가 생겨나기도 한다. 이 벌레를 20조각으로 자르면 20마리의 플라나리아가 생겨나고, 각각 모두 최초의 플라나리아와 동일한 형태와 성질을 갖는다.
영국 노팅엄대학 연구팀은 이 같은 사실을 이용해 단 한 마리의 플라나리아를 2만 마리까지 늘리는데 성공했다. 최초의 한 마리가 2만 마리로 재탄생 한 것이다.
연구를 이끈 애직 아부바커(Aziz Aboobaker)는 “플라나리아 벌레는 영원히 죽지 않는다고 본다.”면서 “이를 이용해 나이가 들어도 건강한 신체를 가지거나, 질병으로 손상된 세포 역시 재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확신은 플라나리아 벌레의 뇌와 머리를 재생시키는데 필수적으로 작용하는 말단 소립(염색체 팔의 말단에 있는 것으로, 노화와 연관이 있다), ‘Smed-prep’라는 유전자와 연관이 있다.
연구팀은 플라나리아 벌레의 몸 어디를 절단하던, 어느 곳에서나 새로운 뇌와 머리가 재생되는 반면 또 다른 편형동물인 지렁이는 절단 즉시 죽는다는 사실을 주시하고 이를 비교한 결과, 두 동물 사이의 차이점이 재생에 필수적 유전자에 있음을 깨달았다.
아부바커 박사와 연구팀은 “다음 목표는 ‘불멸의 동물’들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죽지 않고 영원히 재생하는지를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고 이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국립 과학원 저널(the journal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 PNAS)최신호에 실렸다.
사진=잘라진 뒤 머리와 뇌, 눈이 새로 생겨나는 플라나리아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