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3경기를 치뤘기에 타율은 큰 의미가 없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아쉬웠던 것은 분명하다.
12번 타석에 들어섰고 그 가운데 땅볼 아웃이 6개나 됐기 때문이다. 내야를 벗어난 타구가 없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개막 3연전에서 드러난 상대 투수들의 이대호 공략법은 철저하게 몸쪽 승부였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공이 낮게 형성됐다. 건드리지 않으면 볼이 되는 유인구에 배트가 나갔고 이는 곧 배트 중심보다는 배트 아래쪽에 맞아 많은 땅볼 타구가 생산되게 했다.
또한 땅볼 타구의 대부분이 2루 베이스를 기준으로 좌측으로 몰렸던 것도 밀어치기 보다는 잡아 당겨 치려는 이대호의 타격 성향에 기인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시즌 초반 타석에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는 인상이 짙다.
하지만 이대호의 부진은 이대호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다. 오릭스 타선 전체가 시즌 초반부터 부진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퍼시픽리그 팀들이 3경기를 치른 현재 오릭스의 팀 타율은 .186에 불과하다. 이것은 개막 3연전에서 니혼햄의 투수력에 막혀 .169에 그친 세이부 다음으로 낮은 팀 타율이다.
이뿐만 아니라 오릭스는 아직 팀에서 홈런을 쳐낸 타자가 없다. 주포인 T-오카다 그리고 주장인 고토 미츠타카 역시 부진에 빠져 있는데 오릭스가 개막 후 3연패에 빠진 것도 이때문이다.
3연패에 빠진 오릭스가 이번 주중 3연전(3일-5일)에서 만나게 될 팀은 니혼햄 파이터스다.
니혼햄은 개막전에서 사이토 유키의 1실점 완투승을 비롯해 타케다 마사루, 그리고 비록 0-1로 패하긴 했지만 2일 경기에 선발로 나서 8이닝 1실점을 기록한 요시카와 미츠오의 눈부신 호투가 빛났던 팀이다.
에이스였던 다르빗슈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다소 걱정했던 선발진이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가 않았다.
타격 페이스를 끌어 올려야 하는 이대호가 주중 첫 경기(3일)에서 만나게 될 투수는 바비 케펠이다.
케펠은 일본으로 건너와 2년연속 두자리수 승리(2010- 12승 8패, 2011- 14승 6패)를 거둔 투수로 196cm의 큰 신장에서 내려꽂는 타점이 좋은 투수다.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구속은 140km 중반대로 구위로 윽박 지르기 보다는 다양한 변화구를 통해 맞춰 잡는 유형의 투수다. 하지만 슬라이더, 체인지업의 변화구와 패스트볼 계열의 투심과 컷터, 싱커 등 다양한 변화구 구사 능력을 갖춰 상대하기가 꽤 까다로운 투수중 한명이다.
특히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던지는 투심은 다량의 땅볼 타구를 생산해 내는데, 개막 후 이대호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땅볼 타구가 재현 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
이제 막 일본프로야구 냄새를 맡기 시작한 이대호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땅볼 타구만 생산 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떠한 계기가 만들어 지면 본연의 호쾌한 스윙을 통해 안타는 물론 장타 역시 충분히 기대해 볼수 있다. 반전이 필요한 이대호로서는 개막 3연전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이번 니혼햄과의 주중 경기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 졌다.
하지만 이대호가 상대 해야 할 투수가 하필이면 땅볼 타구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뛰어난 선발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만약 이대호가 케펠을 상대로 해서도 땅볼 타구만을 생산해 낸다면 이대호의 타격 컨디션과 본연의 스윙 모습을 되찾는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다.
초반 처져 있는 타격 페이스를 끌어 올려야 하는 이대호 입장에선 좋지 않은 시점에서 케펠을 만난 셈이다.
하지만 케펠은 이대호가 공략 하지 못할 투수가 절대로 아니다. 좋은 변화구를 갖고 있지만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가 많고 지난해 일본이 극심한 투고타저 였음에도 평균자책점은 3.22에 불과했다. 또한 탈삼진을 많이 잡는 유형의 투수도 아니다. 이미 이대호는시범경기(3월 21일)에서 케펠과 맞붙어 3타수 1안타(1삼진)를 기록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이대호가 개막 3연전에서 보여준 땅볼 타구가, 케펠의 투구 스타일과 비슷하기에 우려가 되지만 이대호가 본연의 스윙만 되찾는다면 충분히 상대해 볼만 한 투수다. 아직 오릭스에서 홈런을 쏘아 올린 선수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대호에게 팀내 첫 홈런도 기대해 볼만 하다.
3일 경기에서 케펠을 상대로 오릭스는 ‘미래의 에이스’인 니시 유키(21)를 내세워 연패를 끊을 예정이다.
니시는 지난해 10승(7패)을 거둔 전도유망한 투수로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두둑한 배짱과 몸쪽 승부를 즐겨하는 겁없는 투수 중 한명이다.
이번 니혼햄전에서의 오릭스는 누가 첫 홈런포를 쏘아 올릴지, 그리고 어느 투수가 팀 연패를 끊을지 여부가 시즌 초반 흐름에 있어 중요한 키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