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도하의 기적’, 일본에는 ‘도하의 비극’으로 내려오는 19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이 열린지도 벌써 20년이 흘렀다.
지난 1993년 10월 28일 이라크를 맞아 2-1로 앞서다가 후반 종료 직전 이라크에 치명적인 동점골을 허용해 결국 한국에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내줘야 했던 일본에서는 최근 이 비극(?) 20주년을 맞아 과거를 돌아보는 분위기다.
특히 당시 현장에서 이 경기를 경험한 일본 유명 축구 해설가이자 칼럼니스트 세르지오 에치고는 당시를 회상하며 일본 축구의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봤다.
최근 한 일본 언론과 인터뷰한 그는 “그때 나는 현장에 있었다”면서 “이라크 자파르의 동점골이 들어가는 순간 기자석에서 아무도 움직이지 못했다. 믿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경기를 ‘비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순히 한 경기만의 문제가 아니라 최종 예선 내내 우세하지 못한 경기를 펼친 실력 문제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실적으로 일본 축구를 지적했다. “당시에는 월드컵 본선에 24개국이 참가했지만 지금은 32개국으로 늘었다. 아시아의 티켓 수는 두 장에서 4.5장으로 확대됐다. 지금은 당연한 듯 월드컵 본선에 나가지만 다시 본선 티켓이 24장으로 줄면 일본은 언제든 본선 진출이 위험할 수 있다.”
세르지오 에치고는 구체적인 예를 들었다. “남아공월드컵 당시 일본은 아시아 최종예선을 조2위로 통과해 본선에 올랐다. 아시아 티켓이 두 장이던 시절이라면 예선 탈락”이라면서 “20년 전 오늘을 ‘비극’이라고 포장해서도 안 되고 그때보다 일본 축구가 굉장히 강해졌다고 착각해서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현회 스포츠 통신원 footballavenue@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