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백 시스템을 쓰는 일부 팀을 제외하면, 현대축구에 있어 대부분의 팀들은 2명의 중앙수비수(CB)를 기용한다. 그리고 그 팀의 수비능력을 가늠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이 두 명의 중앙수비수가 얼마나 서로 잘 ‘조화’되느냐이다. 각각의 선수가 아무리 뛰어난 수비수더라도, 서로 궁합이 맞지 않으면 수비가 내내 불안하다는 것은 축구팬들이 익히 잘 알고 있는 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5경기에서 0실점을 내주고 있는 아스날의 메르테사커-코시엘니 조합이 다시 한 번 유럽 최고의 중앙수비 조합으로 각광받고 있다. 두 선수는 모두 독일, 프랑스의 주전수비수로서 개인적으로도 훌륭한 수비수로 평가 받고 있지만, 유독 둘이 함께 뛸 때 더욱 안정적인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둘이 함께 뛰면서 서로의 실력이 향상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두 선수가 선발출장했던 최근 5경기는 아래와 같은데, 그 팀의 면면을 살펴보면 크리스탈팰리스를 제외하면 수아레스-스터리지의 리버풀, 레반도프스키의 도르트문트 등 4팀 모두 강한 공격력을 갖춘 팀들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선수는 5경기를 무실점으로 마무리했다.
1. 크리스탈팰리스 vs 아스날 0-2
2. 아스날 vs 리버풀 2-0
3. 도르트문트 vs 아스날 0-1
4. 아스날 vs 사우스햄튼 2-0
5. 아스날 vs 마르세이유 2-0
뛰어난 수비수가 많은 유럽축구에서 이 두 선수의 조합이 최고로 인정받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우선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뛰어난 활약이 이번 시즌만이 아니라는 것이 그 첫 번째 요인이다. 메르테사커-코시엘니 라인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다. 아스날 주장 베르마엘렌이 시즌 내내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아르센 벵거 감독은 주장을 벤치에 앉히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게 되고, 이 때부터 코시엘니가 메르테사커와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다. 그리고 지난 시즌 그 둘이 함께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아스날은 14경기에서 9승 5무를 기록하며 천신만고 끝에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거머쥐게 된다. 이 기간 중 두 선수가 중앙수비수로 뛸 때 아스날이 내준 실점은 14경기에서 단 10골이었다.
이 때부터 두 선수의 파트너쉽은 높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는데, 이번 시즌 아스날이 리그 선두를 달리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죽음의 조’에 속했음에도 불구하고 1위를 달릴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가 두 선수의 ‘찰떡궁합’이었다는 것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메르테사커와 코시엘니가 함께 뛴 총 경기와 해당경기에서의 실점을 계산해보면 경기당 평균 1실점이 안 된다. 공격축구를 구사해서 전통적으로 수비가 불안하다는 평을 받는 아스날 팀 성격을 감안하면 이는 대단히 뛰어난 수치다.
한편, 중앙수비 조합에 있어 개인의 능력보다 두 선수의 조합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는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아스날의 과거 센터백 조합인 갈라스-투레 조합을 생각해보면 된다. 이 두 선수는 수비수로서의 명성으로로 볼 때 메르테사커-코시엘니에 전혀 뒤질 것이 없는 조합이었지만, 늘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결국 후에 두 선수간에 개인적인 불화가 있었다는 것이 알려진 바 있다.
이성모 스포츠 통신원 London_201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