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리버사이드캠퍼스(이하 UCR) 연구팀이 우리 인간과 가까운 영장류인 붉은털원숭이를 대상으로 알코올 섭취가 면역력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한 결과, 적당한 술은 면역력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17일(현지시간)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데일리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는 독감 백신 효과가 떨어지는 노인과 같은 취약 계층에게 백신 투여 시 적당한 알코올을 섭취케 하면 효과를 개선할 수 있다는 의미로 , 새로운 백신 투여 방법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연구는 또 알코올이 인간의 면역체계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더 깊은 이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연구진은 전망했다.
주 저자인 일렘 메소우디 UCR 의대 생의학과 부교수는 “적당한 알코올 소비는 오랫동안 낮은 사망률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번 연구는 자발적으로 적당한 알코올을 섭취할 경우 백신 접종에 따른 면역 효과를 개선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12마리의 붉은털원숭이가 스스로 알코올을 소비하도록 훈련했는데, 4%의 에탄올이 함유된 물이나 기타 음료와 함께 음식을 섭취하도록 했다. 실험은 총 14개월간 이뤄졌으며, 시작한 지 7개월째 백신을 투여했다.
메소우디 교수는 “원숭이들은 인간처럼 취향에 따라 마시는 알코올양이 달랐다”면서 “일부는 많은 양을 마셨지만 다른 일부는 적당히 마셨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혈중 알코올(에탄올) 농도가 0.08% 이상의 평균치를 섭취한 원숭이를 ‘과음군’으로 분류했고, 이보다 적은 평균 0.02~0.04%의 알코올을 섭취한 원숭이를 ‘적당한 음주군’으로 나눴다.
메소우디 교수는 “모든 원숭이가 알코올을 마시기 전과 후의 백신 접종에 관한 반응을 비교했다”면서 “적당한 양의 알코올을 섭취한 원숭이들은 면역력이 확실히 높아진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저널 백신’(journal Vaccine)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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