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에서 태어나 세상 빛을 처음 본 애벌레가 험난한 자연환경에서 번데기를 거쳐 장엄한 나비가 되기까지 모든 과정이 생생하게 포착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사진작가 킴 테일러가 촬영한 자연 생태계의 놀랍고 신비한 광경을 24일(현지시간) 자세히 소개했다.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포근해 보이는 녹색 잎 위에 놓인 작은 알에서 생명이 꿈틀거린다. 천천히 껍질을 깨고 나온 것은 한 애벌레로 처음 본 세상이 어리둥절한 듯 여기저기 기웃거려본다. 이후 태어나는 과정에서 소모된 칼로리를 보충하려는 듯 본인이 태어난 알을 우걱우걱 먹어치운다. 이는 애벌레 생애 첫 식사로 앞으로 나비로 재탄생하기까지 험난한 시간을 견뎌줄 소중한 영양분이기도 하다.
나비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5~20일 동안을 애벌레 상태로 보낸다. 드물지만 ‘봄처녀나비’는 320일이라는 긴 시간을 애벌레 상태로 보내기도 한다. 이 애벌레 역시 보름이 조금 넘는 기간을 무사히 보낸 뒤 어느새 번데기 상태로 변해간다.
번데기에서 약 10여일 지난 어느 날, 고치가 조금씩 벗겨지면서 화려한 나비의 몸체가 나타난다. 뒷날개에 그물 모양 구름무늬가 인상적인 이 나비의 정체는 바로 흰나비과 ‘갈고리나비’였다.
테일러는 이 신비한 자연 생태계의 모습을 작년 영국 남부 서리에 위치한 본인 집 정원에서 포착했다. 일반 디지털 카메라에 현미경 렌즈를 장착한 뒤 인공조명을 사용해 애벌레가 나비가 되기까지의 극적인 순간을 정밀하게 담아냈다. 테일러는 “생명의 탄생과 진화를 포착하기 위한 기본 조건은 강인한 인내”라는 소감을 전했다.
사진=Kim Taylor/데일리메일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