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마딜로는 무심코 안아보고 싶은 귀여운 동물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비늘 같은 피부에 딱딱한 등은 마치 랍스터로 변장한 설치류 같은 모습이지만 위협을 당할 때는 공처럼 몸을 말아 몸을 보호한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의 마스코트가 ‘풀레코’(Fuleco)라는 세띠 아르마딜로(학명: Tolypeutes matacus)로 선정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런 아르마딜로는 실제로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살아나고 있다.
다음은 미국 과학전문 매체들이 아르마딜로의 숨겨진 비밀을 소개한 것이다. 아르마딜로에 대해 알아보자.
◆ 갑옷 입은 포유류
20종에 달하는 아르마딜로 가운데 대부분이 남미에 서식하고 있다. 나무늘보, 개미핥기와 함께 빈치류(貧齒類)에 속한다. 포유류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껍질을 가진 종은 아르마딜로 밖에 없다. 세띠 아르마딜로 속 2종 만이 구형에 가까운 형태로 둥글게 될 수 있다.
◆ 개체수의 감소
브라질에서는 아르마딜로에 대한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환경에 서식하는 세띠 아르마딜로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서 취약근접(NT)종으로 분류돼 있다. 주요 요인은 서식지 파괴다.
◆ 나병의 유산
인간과 아르마딜로는 불행한 공통점이 있다. 한센병에 자연적으로 감염되는 단 두 종의 생물인 것이다. 나병은 나균에(Mycobacterium leprae)에 기인한다. 이 성가신 박테리아는 약간 낮은 온도를 좋아한다. 인간의 경우 온도가 높은 장기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병이 진행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반면 아르마딜로의 장기 온도는 대부분의 포유류보다 낮다. 즉, 나병균이 뱃속에서 자유롭게 활동해 장기부전으로 죽음에 이르는 것이다.
◆ ‘복제’의 대가
인간은 하나의 배아에서 드물지만 2명 이상의 아이를 낳을 수 있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는 쌍둥이, 세쌍둥이 등으로 불린다. 그러나 아르마딜로에 쌍둥이나 세 쌍둥이 등이 대단한 것은 아니다.
아르마딜로 전문가인 미국 조지아 발도스타주립대의 생물학자 제임스 러우리 박사는 “연구 중인 아홉띠아르마딜로는 네 쌍둥이를 낳는다”면서 “아르헨티나에는 일란성 새끼를 최대 12마리까지 낳는 종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런 현상은 예외없이 일어난다. 네쌍둥이든 12마리든 새끼들은 유전적으로 동일하며 성별도 마찬가지다. 즉, 함께 태어난 새끼 모두 암컷이나 수컷이라는 것. 이는 과학적으로는 ‘복제’라고 부를 수 있다.
IUCN 전문가 그룹의 일원이기도 한 러우리 박사에 따르면 월드컵은 자연보호주의자들에게도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는 축구를 통해 국가간 경쟁에 주목하는 것은 아니다.
러우리 박사는 “FIFA(국제축구연맹)는 월드컵 마스코트로 아르마딜로를 선정했지만 브라질에 서식하는 아르마딜로의 보호에 돈을 쓰지는 않을 듯하다”고 지적한다.
FIFA에 대한 불신은 이 과학자 뿐만 아니다. 아르마딜로 보호 활동을 벌이는 비정부기구 카칭가 협회는 “월드컵 마스코트가 되고 나서도 이 작은 동물을 보호하려는 노력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살아 있는 아르마딜로가 50헤알(약 2만2840원)에 팔린다”면서 “마스코트 인형보다 싼 가격에 거래되는 이 작은 동물을 멸종 위기에서 건져낼 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월드컵에서 득점이 발생할 때마다 일정 금액을 아르마딜로의 서식지 보호를 위해 제공하라는 묘안을 FIFA에 요구하고 있다.
브라질 페르남부쿠연방대의 생물학자 엔리코 베르나르드 박사는 성명에서 “그야말로 최고의 골이 될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사진=브라질 월드컵 마스코트 풀레코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