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객기 기장이 연착으로 지친 승객들을 위해 사비를 털어 무려 50판의 피자를 쏴 눈길을 끌고있다. 미국 언론에 보도돼 화제에 오른 이 기장은 프론티어 항공사 소속으로 이름 등 인적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짜증이 웃음으로 바뀐 이 사건은 지난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부근 로널드레이건 국제공항에서 시작됐다. 이날 오후 5시 48분 목적지인 콜로라도 덴버를 향해 출발 예정이었던 프론티어 항공 719편은 공항 사정으로 활주로에서 거의 1시간을 묶인 끝에야 이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목적지인 덴버에 거의 도착할 무렵 갑작스럽게 천둥이 치는 등의 기상 악화로 착륙이 불가능했던 것. 기장은 인근 네브래스카 상공을 순회하며 날씨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렸지만 이번엔 연료가 문제였다.
예상보다 오랜 비행으로 연료마저 바닥을 드러내자 기장은 인근 와이오밍 샤이엔 공항에 착륙해 1시간 여에 걸친 주유를 받기 시작했다. 당초 3시간으로 예정된 비행이 한정없이 늘어나자 지친 승객들이 짜증과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한 일.
이때 기장의 기내방송이 전해졌다. 기장은 “우리 항공사는 미국에서 가장 값 싼 항공사지만 난 값 싼 기장이 아니다” 면서 “막 여러분들을 위해 피자를 주문했다”고 밝혔다.
기장의 방송대로 얼마 후 피자 50판이 배달돼 승객들은 모두 허기진 배를 채웠으며 주유를 마친 여객기는 다시 출발해 총 7시간 만에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승객 로건 마리 토레스는 “오랜 시간 연착으로 많은 승객들이 지친 상태였다” 면서 “예상보다 훨씬 늦게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승객 모두 마음과 배는 든든했다” 며 웃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