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 공화국 음푸말랑가 지역의 한 마을에서 이색적인 결혼식이 열렸다. 아직 소년 티를 벗지 못한 9살 소년이 자신보다 무려 50살 이상이나 많은 할머니와 결혼한 것.
이날 결혼식의 주인공인 꼬마 신랑 사넬레 메시렐라는 멋진 은색정장을 차려입고 순백의 웨딩드레스로 꽃단장한 할머니 헬렌 샤반검을 신부로 맞아들였다. 100여명의 하객들의 뜨거운 축복을 받은 이날 결혼식은 그러나 놀랍게도 첫번째가 아니다. 지난해 3월에도 역시 똑같은 결혼식을 올려 세계언론의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다시 결혼식을 올린 것은 꼬마 신랑의 바람 때문이다. 메시렐라는 “지난해 결혼식을 올린 이후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다” 면서 “이번에 다시 결혼식을 올려 우리 관계를 보다 공식화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결혼식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진 이후 수많은 비난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 결혼식에 얽힌 사연이 알려지자 비난은 감동으로 바뀌었다. 바로 작고한 할아버지의 소원이었기 때문.
소년의 엄마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멋진 예복을 입고 손자가 결혼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했다” 면서 “신부를 직접 선택했는데 그녀가 바로 샤반검으로 할아버지가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많은 이들의 우려와 달리 결혼식은 실제로 치뤘으나 법적으로는 완전 남남이다. 신부 샤반검은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결혼식으로 사넬레는 언젠가 또래와 ‘진짜 결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신랑 메시렐라도 “좀 더 나이를 먹으면 내 나이에 맞는 여자와 결혼하겠지만 지금에 충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Top photo/Barcroft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