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민들이 얼마나 테러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6일(아래 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을 이륙해 런던으로 갈 예정이던 아메리칸항공 소속 여객기가 테러 공포 소동에 휩싸여 결국 이륙하지 못했다고 28일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사건은 공교롭게도 이날 이 여객기에 탑승한 한 승객의 휴대폰에서 발생했다. 이 승객은 자신의 휴대폰의 와이파이(Wi-Fi) 기능을 켜 접속 가능한 무선 네트워크를 확인하는 순간, ‘알카에다 무료 테러 네트워크(Al-Quida Free Terror Network)’라는 이름으로 된 무선 네트워크가 있음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 이를 승무원에게 신고했다.
이에 보안 당국은 즉각 여객기의 이륙을 중단시키고 탑승객 136명에 대해 일일이 조사를 벌였으나, 별다른 혐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소동이 벌어진 지 수 시간 만에 테러 위협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나, 이 여객기는 안전을 이유로 이날 비행이 결국 취소되고 말았다.
이에 관해 전문가들은 일반인들이 종종 장난삼아 자신의 무선 네트워크 이름을 ‘ISIS(이슬람국가)’ 등 극단주의 테러 단체로 지정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러한 행위는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어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난 8월에도 미국 댈러스에서 샌디에이고로 향하던 아메리칸항공 소속 여객기가 비행기 안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는 트위터가 게재되는 바람에 행선지를 급히 변경해 인근 공항에 비상 착륙한 바 있다. 하지만 단순히 와이파이 목록에 테러 단체의 이름이 있다는 이유로 항공기가 이륙하지 못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사진=휴대폰 와이파이에 테러단체 ‘알카에다’가 표시된 장면 (현지언론, ABC7 캡처)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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