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한 화성 탐사선들은 화성과 그 두 위성에서 다양한 지형을 관찰했다. 지구와 마찬가지로 화성 역시 독특한 지형과 암석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 화성에 '모노리스'(Monolith)를 닮은 암석이 존재한다면 과연 어떨까?
모노리스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400만 년 전 인류의 조상에게 지능을 가져온 물체이다. 인류를 뛰어넘는 초월적인 존재나 혹은 앞선 문명을 가진 외계인의 작품으로 생각될 수 있는 모노리스는 400만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목성에 나타나지만 이를 탐사하러 간 탐험대는 연락이 끊기는 봉변을 겪는다.
인류는 다시 목성으로 모노리스를 탐사하기 위해 탐험대를 보내는 데 이 부분이 영화의 중심 내용이 된다.
위의 내용은 허구의 내용을 다루는 영화지만 지금부터 이야기는 진짜다. 2008년 7월 24일, 화성 표면의 고해상도 사진을 지구로 전송하는 NASA의 화성 탐사선 MRO(Mars Reconnaissance Orbiter)는 화성의 표면에서 아주 독특하게 생긴 암석의 사진을 지구로 전송했다. 이 사진을 본 과학자들은 이 암석에 모노리스라는 별명을 붙였는데 생김새가 모든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알았다면 영화의 배경을 화성으로 옮겼을지도 모른다.
MRO에 탑재된 HiRise 카메라는 이 사진을 300k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촬영했다. 그러면 이제 NASA가 이곳으로 화성 탐사선을 보내고 머지않아 연락이 끊기는 것일까? 간단명료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NASA의 행성과학자들에게 이 모습은 그다지 미스터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HiRise를 개발한 애리조나 대학의 행성과학자 알프레드 맥퀸(Alfred McEwen) 교수는 이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이 직사각형 암석이 사실은 기반암에서 떨어져 나온 암석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여러 층으로 갈라지는 암석의 조각이 기반암에서 분리되어 굴러떨어지면 이렇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HiRise의 해상도의 한계로 인해 마치 직사각형처럼 보이는 부분 역시 그림자를 보면 완전히 그렇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만약 더 고해상도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면 실제로는 모노리스처럼 미끈한 직사각형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과학자들은 사실 이런 암석은 화성에 흔하지만, 이 사진에선 단독으로 나와서 특이해 보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화성 표면에서 물은 이미 다 증발한 상태지만 대기가 있고 바람이 있기 때문에 바람에 의한 다양한 침식과 풍화작용은 지구와 비슷하게 나타난다. 지구의 사막에서도 바람의 풍화작용에 의한 다양한 기암 괴석을 볼 수 있는데 화성의 모노리스 역시 비슷한 사례일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과학적’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진을 보고 있으면 어쩌면 화성에는 화성인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언젠가 인류가 직접 화성에 발을 딛는 날이 온다면 영화처럼 직접 모노리스로 가서 실체를 밝히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