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약 400년 만에 탄생한 ‘파란눈의 게이샤’가 최근 활동을 재개하면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고 미국 CNN 등 해외 언론이 2일 보도했다.
주인공은 호주 멜버른 출신의 피오나 그레이어(51). 그녀는 15살 때 우연히 일본으로 여행을 간 뒤 일본문화에 매료됐고, 이후 일본 도쿄의 게이오대학과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역사상 최초로 ‘외국인 게이샤’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정식 게이샤 양성과정에 등록한 그녀는 10개월 간 훈련을 통해 게이샤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증을 따는데 성공했다. 이후 ‘사유키’라는 게이샤명(名)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현지의 요정과 정식 고용계약을 맺고 ‘파란 눈의 게이샤’로 활동을 시작했다.
꿈에 그리던 게이샤 생활을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위기가 찾아왔다.
2011년 게이샤 협회는 그녀가 전통을 거부하고 음악과 무용 수업에 빠졌으며, 개인 활동만 주장하고 윗사람의 말에 복종하지 않는 등의 불성실한 태도를 이유로 들어 그녀의 게이샤 자격을 박탈했다.
이후 피오나는 잠시 게이샤로서의 삶을 접었지만, 최근 들어 독립적으로 게이샤 활동을 다시 시작했으며, 중고 기모노 매매, 일본식 연회 및 여행 등을 주최하는 사업 등으로 반경을 넓혔다.
그녀는 자신의 ‘직업’에 매우 만족해하며 “게이샤의 음악과 춤 뿐만 아니라 기모노라는 옷 역시 예술에 속한다”며 “내 장기는 요코부에(대나무로 만든 플루트식 일본 악기)다. 게이샤는 반드시 자신만의 특기 한 가지를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서양인들은 게이샤를 성(性)적인 것과 연관해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본에서 게이샤는 무용과 음악에 능한 예술인으로 간주된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한편 짙은 화장과 새하얀 얼굴, 아름다운 기모노 등으로 대표되는 게이샤는 400년 전 일본 문화에 처음 등장했다. 1920년대에는 게이샤가 8만 명에 달하는 등 호황기를 누렸지만 현재는 2000만이 명맥을 잇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