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엉뚱한 이야기 같지만, 일본의 연구자들이 곤충에 입힐 수 있는 나노미터 두께의 '나노 슈트'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들이 학술지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놀랍게도 살아있는 곤충이 진공에 가까운 상태에서도 한동안 버틸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놀랍기는 하지만 왜 이런 기술이 필요한 것일까? 그것은 바로 연구 목적이다.
지금까지 곤충의 세밀한 모습을 관찰하기 위해서 전자 주사 현미경(scanning electron microscopes ·ESM)을 사용하려면 여러 가지 단계를 거쳐야 했다. 연구자들은 일단 곤충을 죽인 후, 건조해 고정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곤충 표면의 미세구조가 파괴될 뿐 아니라, 사실상 죽은 상태에서 관찰하게 되므로 실제 곤충의 살아있는 상태를 연구하기 힘들었다.
연구팀은 진공 상태에서 공기와 수분을 빼앗기지만 않는다면 곤충이 관찰에 필요한 시간만큼 생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곤충 표면에 계면 활성제의 일종인 폴리옥시에틸렌 소르비톨 모노라우레이트(polyoxyethylene sorbitan monolaurate)의 막을 씌웠다. 그 다음 여기에 전자 및 플라스마 빔을 조사하면 50~100nm(나노미터) 두께의 폴리머 코팅을 완성했다. 연구팀은 나노미터 두께의 옷이라는 뜻으로 여기에 나노슈트(NanoSuit)라는 명칭을 붙였다.
나노 슈트의 성능은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 곤충들은 나노 슈트가 씌워진 상태에서도 움직일 수 있었으며, 이동 중에도 나노 슈트는 부서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곤충들은 진공에 가까운 극도로 낮은 기압에서도 생존할 수 있었다. 물론 숨을 쉬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지만, 관찰에 필요한 시간만큼 충분히 생존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관찰이 끝난 후에도 살아있는 곤충들이 있었다.
이 방식을 응용하면 살아있는 상태에서 곤충의 미세구조를 연구하기 쉬워질 뿐 아니라 희귀한 곤충을 죽이지 않고도 연구할 수 있어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물론 곤충 연구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폴리머 막을 형성해서 제품을 보호하는 용도 등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인간이 입을 수 있는 '슈트'는 물론 아니지만 여러 가지 유용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면 인간에게 여러모로 유용한 나노 슈트가 될 것이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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