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패션 잡지 '보그'의 스타일 에디터가 자신의 SNS 계정에 노숙자의 사진을 올렸다가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았다. 특히 이 에디터는 독일 귀족 가문의 공주로 알려져 불에 기름까지 부었다.
논란의 주인공은 이름도 긴 엘리자베스 폰 쑨 운트 탁시스(32). 그녀는 과거 신성로마제국 시절 일종의 우체국장으로 재산을 불린 유서깊은 독일 귀족 가문의 공주다. 그녀의 남동생인 알베르트가 단 30세 나이에 16억 달러의 재산으로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젊은 부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정도.
논란은 지난 7일(현지시간) 파리 패션위크 기간 중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한장이 발단이 됐다. 추위를 피하려는듯 두꺼운 옷으로 무장한 여성 노숙자가 길거리에 앉아 보그 잡지를 보는 모습을 사진으로 올리면서 "파리는 놀라움으로 가득찬 곳이다. 심지어 보그 잡지 구독자가 기대하지도 않았던 코너에 있다" 고 적었다.
해석하기에 따라 보그 잡지를 아무나 읽는다며 비아냥대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 이에 팔로워들이 가만있지 않았다. 일부 팔로워들은 즉각 "부끄럽고 잔인하며 천박한 사진" 이라고 비난하고 나섰고 이에 엘리자베스는 "뭐가 잔인한가? 이 노숙자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에게는 품위있는 사람" 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한 패션매체는 "금발에 아름답고 럭셔리한 취향을 가진 독일의 공주에게 출세 지향적인 패션 잡지 보그가 자연스럽게 맞을 것" 이라면서 "그녀가 SNS의 대중인식과 보그 사이에 서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결국 일부언론까지 가세해 논란이 확산되자 진화에 나섰다. 엘리자베스는 "공격적인 게시글이 야기한 논란에 진심으로 사과한다" 며 문제의 사진을 삭제하고 한발 물러섰다.
사진=게티이미지/멀티비츠 이미지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