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작은 사람일수록 심장 질환 위험이 크며 이는 신장을 담당하는 유전자가 콜레스테롤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는 연구논문이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 8일 자에 실렸다.
오래전부터 의학계는 키와 심장 질환 사이의 관련성에 주목했다. 키가 작을수록 심장 마비나 당뇨병, 고혈압이 생기는 사례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이런 관련성을 유전적 분석으로 뒷받침한다.
기존 연구도 키와 심장 질환 사이의 연관성은 밝혀냈으나, 흡연이나 영양 부족 등에 따른 잠재적 외부 영향은 제외하지 못했다. 그런 키의 높낮이에 영향을 주는 것이 다양한 유전자에 있음을 나타낸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영국에서 기사 작위를 가지고 있는 닐레시 사마니 레스터대 심장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전 세계의 관상동맥 심장질환 환자 6만5000명의 자료를 수집해 12만8000명의 평범한 사람들(대조군)과의 비교를 통해 서로 다른 유전자 변이 180개를 조사했다.
관상동맥 심장질환은 동맥에 ‘플라크’(밀랍 같은 물질)가 축적돼 발생하는 것으로, 심장 발작을 일으킬 우려가 있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조기 사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연구팀은 키가 6.35cm 정도 작아질 때 관상동맥 심장질환의 발병 위험성이 13.5% 정도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키가 작은 사람의 관상동맥이 작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라며 상대적으로 관상동맥이 더 작은 여성에서는 이런 위험성이 명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키와 관련한 유전자가 혈액의 콜레스테롤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한 크리스토퍼 넬슨 박사는 “키가 클수록 유전자 변이를 많을 수 있어 관상동맥 심장질환의 발병 위험은 낮아졌다. 반대로 말하면 유전으로 키가 작을수록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심장재단(BHF)에서 지원받고 있는 레스터대 강사이다.
연구팀은 키와 심장질환에 관여하는 유전자 연구를 거듭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이런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일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사마니 교수는 “키와 심장병 발병률이 반비례한다는 것은 60년 넘게 알려진 사실”이라며 “유전적 분석으로 이런 상관관계가 다른 복합적 요인 탓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위스콘신대 제임스 스타인 박사는 “이번 결과로 키 작은 사람은 심장 질환 위험을 낮추기 위해 더 엄격한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