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1889-1945)에게도 숨기고 싶은 과거가 있었던 모양이다.
최근 영국언론들이 히틀러의 소위 '흑역사'가 담긴 사진들을 모은 책(The Rise of Hitler)이 출간된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고있다. 그간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던 이 사진들은 근엄하고 자신감 넘치는 기존 히틀러의 모습이 아닌 다소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담고있다.
이번에 일부 공개된 사진을 보면 숲속에서 나무에 기댄 채 어딘가를 쳐다보는 히틀러의 모습이 가장 눈에 띈다. 반바지(레이더호젠·무릎까지 오는 가죽 바지로 알프스 지방의 대표 남성복)와 긴 양말을 신고있는 히틀러의 이채로운 모습은 항상 강한 독재자로 보였던 다른 사진들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이 사진들은 나치 초기 '독일이여 깨어나라'(Deutschland Erwache)라는 팸플릿에 사용된 것으로 이후 히틀러는 사진 속 모습을 부끄럽게 여겼는지 사용 금지를 지시했다. 그러나 이 팸플릿은 전쟁이후 한 독일 가정집에 보관돼 있다가 영국 병사에 의해 발견돼 빛을 보게됐다.
이번에 출간되는 책처럼 최근들어 유럽에서는 히틀러와 관련된 출판물이 쏟아지고 있다. 그 이유는 오는 30일이면 히틀러가 세상을 떠난지 정확히 70년이 되기 때문이다.
한편 사진 및 영상 활용 등 히틀러의 미디어 전략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특히 그는 대중 연설에 탁월한 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데 이는 노력의 결과라는 사실이 후세에 전해진다. 히틀러는 전속 사진가 하인리히 호프만이 촬영한 리허설 사진 한장 한장을 보며 스스로 대중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수정해 연설에 반영했으며 이같은 노력이 결국 당대의 명 연설가로 이름을 떨치는 배경이 됐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