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랑 메모 1장을 들고 연쇄적으로 은행을 턴 아르헨티나 청년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살고 있는 문제의 청년은 2014년 10월부터 올 3월까지 최소한 은행 7곳에서 강도행각을 벌였다. 이 중 성공한 사건은 4건, 강탈한 돈은 2만5000페소(약 303만원)에 이른다.
50%가 넘는 성공률을 보였지만 범행은 의외로 간단했다. 청년은 메모 1장을 갖고 은행을 털었다.
수법은 이랬다. 청년은 협박하는 글을 적은 메모를 들고 은행에 들어갔다. 번호를 끊고 대기하다가 차례가 되면 은행창구로 다가가 유리벽에 메모를 들이댔다.
메모의 내용은 그때그때 달랐다. 마지막 범행 때 청년이 갖고 있던 메모에는 "비상벨을 누르지 말아라. 4명이나 무장을 하고 있다.(무장강도 4명이 들어와 있다는 뜻) 빨리 돈을 내놔라"라고 적혀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청년은 이전 범행에선 "강도사건이다. 입을 열지 말고 조용히 돈을 건네라. 아니면 모두 죽는다" "우린 제정신이 아니다.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돈을 내놔라"라고 쓴 협박문을 사용했다.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돈을 내주지 않은 창구직원도 있었지만 4명은 덜덜 떨며 돈을 챙겨 청년에게 넘겼다.
아르헨티나 은행은 강도사건이 발생할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창구에 보관하는 현금을 1만 페소로 제한하고 있다.
4번이나 범행에 성공했지만 청년이 챙긴 돈이 2만5000페소에 그친 건 이런 규정 때문이다. 경찰은 "용의자가 1번에 챙긴 최대 금액은 7000페소(약 85만원) 정도였다"고 밝혔다.
경찰은 메모를 든 은행강도가 연이어 출몰하자 시간대와 범행장소 등을 분석, 최근 또 다시 범행을 저지르려 들어선 용의자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청년은 올해 29세로 자식까지 둔 유부남이었다. 그는 "생활고에 견디다 못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청년이 범행에 실패하면 24시간 만에 다른 은행을 찾는 등 돈을 챙길 때까지 끈질기게 범행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사진=클라린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