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도시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실제로는 지인 또는 가족과 함께 집을 가진 사람인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의 17일자 보도에 따르면 영국 잉글랜드 중북부에 있는 노팅엄 시 경찰은 길에서 구걸을 하는 구걸인 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중 단 5명 만이 실제로 집이 없는 노숙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1% 정도만이 구걸이 필요할 정도로 어려운 환경에 살고 있다는 것.
52명중 26명은 자신의 집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인들이 거저 주는 돈으로 살고 있으며, 16명은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집이 없는 5명을 제외한 나머지 7명도 쉼터 등의 보금자리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팅엄 길거리에서 지난 해 9월부터 구걸을 시작한 존 루스(43)는 “밤이 되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구걸인이 많다”면서 “그들 일부는 내게 좌절감을 안긴다. 왜냐하면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이 (자신의 집이 있는) 일부 구걸인들 때문에 도움을 줄지 말지 고민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현지 경찰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52명 중 27명은 알코올 중독 등 술과 관련한 문제를 겪었으며, 5명은 정신질환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노팅엄 시 공무원들은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행인에게 돈을 구걸한 이들에게 최대 200파운드(35만원) 상당의 벌금을 부과할 뜻을 밝혔다. 소식을 접한 일부 시민들은 해당 도시에서 구걸인들의 구걸 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노팅엄시 노숙자 지원 센터 측은 “이번 조사가 사람들이 거리에서 구걸하는 노숙인을 돕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중요한 것은 정말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직접적인 돈이 아닌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격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