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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피플+] 병원도 포기한 미숙아, ‘절반의 믿음’이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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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을 회복중인 릴리


의료진도 포기한 아기였다. 의료진은 아기의 부모에게 DNR서약서, 즉 심폐소생술 거부 서약서를 내밀었지만 부모는 아기를 믿었다. 아기가 가진 생명의 의지를 믿었다. 그리고 아기는 거짓말처럼 살아남았다.

4월, 영국 엑세스주에 사는 한 임신부는 갑자기 심한 복통을 느꼈다. 불과 임신 24주차였던 당시, 양수가 터지는 것을 느낀 이 임신부 곧장 사우스엔드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임신부와 남편은 이곳에서 검사를 받은 뒤 의료진으로부터 종이 한 장을 받았다. 바로 심폐소생술을 거부한다는 동의서였다. 부부가 이 동의서에 사인하는 순간, 뱃속 아기는 미숙아로 태어나자마자 어떤 시술도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의료진은 설사 아기가 목숨을 유지한 채 산모의 자궁 밖으로 나온다 해도 치명적인 질병 없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아기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기가 편히 세상을 떠나게 해주눈 것일 뿐이라고도 덧붙였다.

남편(31)은 동의하지 않았다. 아기를 품고 있던 아내는 말할 것도 없었다. 뱃속 자식을 포기할 수 없었던 부부는 의료진의 말에 격하게 분노했다. 의료진이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걸 알면서도 부부는 DNR 동의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그리고 곧장 병원을 옮겼다.

이들은 인근 호머튼병원에서 신속하게 검진을 받았고 이곳에서 최대한 태아가 뱃속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한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3일 뒤, 결국 아기는 미숙아로 세상에 태어났다. 당시 몸무게는 약 630g. ‘엄지공주’를 연상케하는 이 작은 아기 ‘릴리’는 인큐베이터로 옮겨졌고 신생아 케어를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3개월이 지난 현재, 릴리의 몸무게는 2.07㎏으로 쑥 늘었고 곧 퇴원을 앞두고 있다.

릴리의 부모는 “만약 우리가 DNR 동의서에 서명했었더라면 아마 릴리는 지금 여기 있지 못할 것”이라면서 “릴리는 정말 운이 좋았다. 그리고 스스로 매우 잘 해냈다”며 안도를 표했다.


치료도 해보지 않은 환자에게 DNR 동의서를 내민 최초 병원 측은 비난의 대상이 됐다. 실제 이 병원 측은 DNR 동의서에 사인을 요구했던 수간호사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영국 내 조사에 따르면 24주 미만 태아가 미숙아로 태어났을 때 생존할 가능성은 약 50% 정도다. 일부 의료진이 생존하지 못할 절반의 가능성만 볼 때, 부모는 생존 가능한 나머지 절반의 가능성만 본다. 그 절반에 대한 믿음이 결국 릴리와 같은 많은 미숙아들을 살리는 것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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