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여흥에 희생당한 사자 '세실'의 죽음이 세계인에 뇌리에 아직 선명한 가운데, 밀렵꾼의 공격 속에서 다행히 살아남은 아기 코뿔소의 밝은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든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3일(현지시간)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시 동쪽 카리에가 사냥금지구역에서 촬영된 새끼 코뿔소의 사진을 소개했다.
밀렵꾼들은 이 어린 코뿔소의 어미를 습격, 큰 상처를 입히고는 뿔을 자른 뒤 떠났다. 코뿔소는 생명이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었지만 천만 다행으로 살아남았다. 새끼 코뿔소 역시 다행히 공격 속에서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않을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카리에가 사냥금지구역에서 일하는 사진작가 자크 매티슨(37)은 어미 코뿔소의 회복이 완전히 끝난 뒤 이들을 다시 찾아 그 모습을 화면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을 보면 안심하는 기색이 역력한 새끼 코뿔소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책에 나선 귀여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코뿔소 보호단체 세이브 더 라이노(Save the Rhino)에 따르면 남아공의 코뿔소 밀렵은 지속적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2016~2018년 사이에 이르러서는 밀렵당하는 개체 수가 출생 코뿔소 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실정이다. 작년 한 해에는 남아공에서만 1215마리의 코뿔소가 밀렵 당했다. '8시간에 1마리 꼴'로 희생된 셈이다.
밀렵의 대부분은 코뿔소의 뿔을 목표로 자행되고 있다. 아시아 등지에서 약용으로 쓰이기도 하는 코뿔소 뿔은 그 거래 가격이 상당하기 때문에 첨단 장비를 동원해가면서까지 불법 사냥을 벌이는 밀렵꾼들이 많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아프리카 및 아시아 지역의 코뿔소는 총 50만 마리 정도였으나 현재 전 세계의 코뿔소 수는 모두 합쳐도 2만 9000 마리에 불과하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