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현실판 '흥부와 제비' 같은 이 사연의 주인공은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사는 8살 소녀 게이비 만.
보도 이후 많은 관심과 격려를 받았지만 얼마 전 전해진 소식은 유쾌하지 않다.
최근 시애틀 현지언론은 게이비의 부모가 총 20만 달러(약 2억 3000만원)에 달하는 소송을 당했다고 전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현지 법원에 접수된 이번 소송의 원고는 뜻밖에도 게이비의 이웃들. 소송장의 내용은 까마귀에게 먹이 주는 것을 자제할 것과 자신의 집이 이로인해 피해를 받아 이를 배상해달라는 것이다.
한 편의 동화가 한 편의 법정 드라마가 된 이번 사건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게이비는 집 뒷마당에서 떨어뜨린 음식을 까마귀들이 먹는 것을 보고 부모의 허락을 받아 먹이를 주기 시작했다. 이후 계속 땅콩과 개 사료 등을 까마귀들에게 주며 인연을 이어갔고 2년 전 부터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까마귀들이 귀걸이, 펜던트 등 반짝이는 물건들을 물어다주며 보은을 했기 때문. 이 사연은 국내에서도 보도될 만큼 화제를 모았으며 한 편의 동화로 남아 많은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그러나 동화는 동화책에만 있는 모양이다. 이번 소송이 황당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이웃도 그럴 만한 속사정이 있었다. 게이비가 놓아주는 많은 먹이 탓에 까마귀와 비둘기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이에 수많은 배설물이 동네와 집 여기저기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쥐까지 들끓자 더이상 이웃들이 참지 못한 것.
이번 소송에 참여한 한 이웃은 "어느 누구도 공포영화에 나올 것 같은 동네에서 살고싶지는 않을 것" 이라며 현재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이번 소송을 맡은 변호사 안나 존센은 "아이의 먹이 주기는 아침부터 저녁 12시까지 수 년 간 이어졌다" 면서 "이번 소송의 책임은 전적으로 게이비 부모에게 있으며 그간 먹이량을 줄이는 등의 이웃 요청을 거절해왔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