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반

수백명의 배트맨, 하늘로 간 배트맨을 추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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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은 홀로 세상을 떠났지만 수백 명의 또 다른 배트맨을 탄생시킨 것 같다.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몽고메리의 한 교회 앞에 수백여명의 추모객들이 모여들었다. 지난 16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29번가의 배트맨’ 레니 로빈슨(51)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특히 이날 추모객들은 배트맨의 상징이 담긴 티셔츠, 모자, 양말 등을 저마다 입고나와 그들의 방식으로 한 영웅을 하늘로 보냈다.  

작고한 로빈슨은 지난 14년 동안 배트맨 복장을 하고 어린이 병동을 돌아다니며 봉사활동하는 정체불명의 사업가였다. 아이들에게 선물한 모자, 티셔츠, 가방에 들어간 비용만 우리 돈으로 매년 3000만원 일 정도.

그의 신분이 탄로 난 것은 3년 전 배트모빌로 꾸민 승용차를 타고 봉사활동을 가다 경찰에 적발되면서다. 자동차 번호판 자리에 배트맨 로고를 붙인 것이 문제가 된 것.

이 장면이 경찰 블랙박스 카메라에 녹화돼 전국 방송을 타면서 그의 신분과 선행이 알려졌으며 미 현지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화제가 됐다. 당시 로빈슨을 단속한 몽고메리 카운티 경찰 폴 보르자는 장례식에 참석해 "우리는 범죄자를 잡는 경찰이지만 이순간 만큼은 아이들일 뿐" 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로빈슨의 친부도 "너무나 훌륭한 아들이었다" 면서 "배트맨 옷을 입고 배트모빌에 탔을 때의 아들은 더이상 레니가 아닌 배트맨이었다"며 가슴 아파했다.  
로빈슨은 과거 ABC방송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 바 있다.

“배트맨은 초능력이 없지만 슈퍼히어로다. 우리 모두 배트맨이 될 수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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